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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존재 문어, 스트레스 극심” 세계 첫 양식에 학자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초의 문어 양식 현실화를 앞두고 과학자와 환경 보호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서부 오션폴리스 시 센터에서 촬영된 문어의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 서부 오션폴리스 시 센터에서 촬영된 문어의 모습. [AFP=연합뉴스]

스페인에 본사를 둔 수산물 다국적 기업 누에바 페스카노바(NP)는 지난달 8일 "750만 유로(약 100억원)를 투자해 이르면 내년 여름 세계 최초로 양식 문어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연간 생산량은 3000t으로 예상된다.

BBC는 "양식업자들은 오랫동안 문어 양식을 위해 수십 년 가까이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문어는 양식 조건이 까다로워 어획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성이 강해 영역 싸움을 하면서 서로 잡아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문어는 먹이를 먹고 뼈를 뱉어내기 때문에 수질 관리가 어렵다. 이로 인해 폐사율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NP 측에 따르면 그들은 이미 다섯 세대에 걸친 문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진 않았다.

NP 측은 문어 양식을 통해 "자연산 문어가 너무 많이 잡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전 세계 문어 어획량은 연간 35만t으로 추산된다. 이는 1950년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선 세계 문어 소비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62만 4490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의 한 장면. 사람과 문어의 따뜻한 교감을 그려낸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4월 제93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AP=연합뉴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의 한 장면. 사람과 문어의 따뜻한 교감을 그려낸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4월 제93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AP=연합뉴스]

과학자와 환경 보호론자들은 문어 양식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지적인 존재인 문어가 양식장에서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제 동물복지단체인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는 지난 10월 스페인 정부에 문어 양식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 CIWF 연구원인 엘레나 라라 박사는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문어는 매우 독립적이고 영리한 생물"이라며 "인지 자극이 없는 양식 탱크에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문어 양식이 "생태학적으로도 건강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대학교 환경학 교수 제니퍼 자켓의 보고서에 따르면 육식 동물인 문어는 자기 몸무게 2~3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는 사료로 소비되는 물고기 남획의 증가로 이어져 식량 안보 개선이라는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문어를 이용한 요리로 유명하다. [pixabay]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문어를 이용한 요리로 유명하다. [pixabay]

BBC는 NP의 문어 양식장에서 문어가 동물복지법안에 따른 보호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유럽연합(EU) 법안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은 척추동물에게만 적용되고 문어·오징어와 같은 두족류는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영국 정부는 두족류와 바닷가재·게 등 십각류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로 규정하고 이 동물들을 동물법지법안의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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