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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와 관련없는 본지 외교기자 폰도 조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과 무관한 중앙일보 외교 담당 기자와 민간 외교 전문가를 상대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8월 6일 통신사로부터 중앙일보 외교 담당 기자의 통신 자료(가입자명·주민등록번호·이동전화번호·주소·가입일·해지일)를 받았다. 또 민간 외교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을 상대로도 같은 공문을 통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공수처는 앞서 검찰·법원·공수처 등을 취재하는 법조 기자들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취재를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신종 언론 사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 수사와 무관한 이들의 통신 자료까지 조회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 외교 담당 기자 및 민간 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수처의 이성윤 서울고검장 ‘에스코트 조사’ 논란을 취재해 보도한 TV조선 법조팀 기자와 해당 보도 이후 통화를 한 적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해당 기자를 상대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착·발신 통화 내역을 확보해 훑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직접 요청할 수 있는 단순 통신자료 조회와 달리 착·발신 통화내역 및 위치정보 등을 확인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신 관련 영장은 구속·압수·계좌추적 영장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발부되는 경향이 있어 과거부터 수사 기관이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선진 수사 기관을 표방한 공수처가 이런 전례를 따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기자는 공수처법에 열거된 수사 대상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도 앞서 법조 출입 기자들에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가 논란이 되자 “주요 사건 관계인이 기자들과 통화가 잦다 보니 기자들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것일 뿐 기자로 신원이 확인되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특정 기자 본인을 사건 관계인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내역을 확보한 뒤 해당 기자와 통화한 상대방까지 신원을 확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적법하게 절차를 진행했다. 개별 사건의 구체적 수사 내용에 관해선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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