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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정권 잡은 보리치 “그동안 신자유주의 요람, 이젠 무덤이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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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미 칠레의 지난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의 가브리엘 보리치(35)가 당선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연금 개혁을 공약해 빈부격차·소득불평등에 시달려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마르크스주의자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1970~73년 집권) 이후 가장 좌파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로 집권한 아옌데는 구리광산 ·토지 국유화 등 좌파 정책을 추진하다 쿠데타로 숨졌다. [AP=연합뉴스]

남미 칠레의 지난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의 가브리엘 보리치(35)가 당선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연금 개혁을 공약해 빈부격차·소득불평등에 시달려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마르크스주의자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1970~73년 집권) 이후 가장 좌파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로 집권한 아옌데는 구리광산 ·토지 국유화 등 좌파 정책을 추진하다 쿠데타로 숨졌다. [AP=연합뉴스]

남미 칠레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35세의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가 당선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율 99.95% 상황에서 칠레 공산당이 포함된 좌파연합을 이끈 보리치가 55.87%를 득표해 44.13%를 얻은 우파 공화당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며 당선을 확정했다.

1986년 2월생인 보리치가 내년 3월 11일 만 36세에 취임하면 90년 칠레 민주화 뒤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만 35세는 칠레에서 대선 출마가 가능한 최소 연령이다.

보리치는 2011년 고등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대학생 시위를 이끌다 정치에 뛰어들어 하원의원이 됐다. 지난 11월 대선 1차 투표에서 25%의 득표율로 28%를 얻은 카스트에게 밀렸지만 결선투표에서 역전했다.

카스트는 개표 완료 전 트위터에 “오늘부터 그가 대통령 당선인”이라며 승복했다. 보리치는 당선 연설에서 “지금은 전 세계와 칠레에 매우 흥미진진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투표에 참여한 모든 칠레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의) 권리는 권리이며 상품도, 산업도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리치는 최저임금 인상과 연금 개편, 의료 시스템 정비, 국영 리튬 회사의 설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밀레니얼 세대’인 보리치는 대선 기간 “그동안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무덤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그의 당선 배경에는 더 많은 공공지출을 요구하는 젊은 도시 유권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2019년 이른바 ‘30페소(약 50원) 시위’로 촉발된 현 중도 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정부에 대한 대중 반발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피녜라 정부는 그해 10월 지하철 요금을 30페소 인상하려다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다. 그 배경에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교육·의료·연금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BBC에 따르면 칠레는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했지만, 인구의 1%가 전체 부의 25%를 소유하는 등 경제 양극화가 심각하다.

보리치는 기후변화 문제에 민감하고, 여성·원주민과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해 남미 신세대 좌파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버지가 크로아티아계이고 어머니는 스페인 카탈루냐계다.

독일계인 카스트는 시장주의자로 불법 이민 방지장벽 건설, 임신중절 금지, 여성부 명칭 변경 등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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