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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했다 한 적 없다"…48일 만에 '미투' 번복한 펑솨이

중앙일보

입력

장가오리(張高麗·75) 중국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한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가 48일 만에 육성으로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신변 안전 우려가 제기된 펑솨이가 19일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와 상하이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트위터 캡쳐]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신변 안전 우려가 제기된 펑솨이가 19일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와 상하이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트위터 캡쳐]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에 따르면, 펑솨이는 전날 이 매체와 5분 분량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거나 쓴 적이 없다. 이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폭행을 폭로한 지난달 2일 웨이보 글에 대해서는 "사생활 문제인데 많은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위 여부가 논란된 영문 이메일과 관련해서는 "내가 직접 중국어로 작성한 글을 번역한 것"이라며 자신이 직접 쓴 게 맞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중국 관영 매체 CGTN은 펑솨이가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 회장에게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사이먼 WTA 회장은 "(해당 이메일을) 펑솨이가 직접 쓴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대신 써준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펑솨이는 또 "누가 날 감시하겠나,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며 자신을 둘러싼 신변 안전 우려도 일축했다. 지난달 21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영상 통화 역시 베이징 자택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 나갈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현재 (테니스) 대회도 없고 코로나19 문제도 있어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당 인터뷰는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IS 어반 크로스컨트리 중국 투어' 결승전 직후 경기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진행됐다. 펑솨이가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연합조보는 이날 펑솨이가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姚明), 요트 챔피언 쉬리자(徐莉佳) 등과 함께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 소속 기자 첸칭칭(陳青青)은 트위터를 통해 이들이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중국의 테니스 스타다.

2020년 1월 21일 호주 오픈에서 열린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 펑솨이의 모습. 2일 여자프로테니스협회는 펑솨이의 신변 안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2020년 1월 21일 호주 오픈에서 열린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 펑솨이의 모습. 2일 여자프로테니스협회는 펑솨이의 신변 안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앞서 펑솨이는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강압적 성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한 뒤 2주 넘게 행방이 묘연했다. 중국 당국에 의한 실종설·구금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등장해 국제 사회의 우려가 이어졌다. 펑솨이의 신변 안전을 지적하는 스포츠계 움직임과 맞물려 국제 사회에서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요구가 나오는 등 큰 파문이 일었다.

이에 지난달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나서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하며 실종설은 일부 봉합됐다. 다만 외신은 펑솨이의 신변 문제에 관한 의혹은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펑솨이가 WTA를 비롯한 다른 국제기구가 아니라 IOC를 선택해 인터뷰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먼 WTA 회장은 이달 2일 "펑솨이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고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라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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