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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잘해라""난 尹 말만 듣는다" 이준석-조수진 고성 설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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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아내 김건희씨 허위 경력과 관련한 당 밖의 공세에 휩싸인 사이, 내부에선 이준석 당 대표와 선대위 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9월 2일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대표. 임현동 기자

지난 9월 2일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대표. 임현동 기자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표의 격앙된 목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흘러나왔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고성은 이 대표와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먼저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아내인 김건희씨 의혹과 관련해 “당 내부 정리가 안 돼 있다. 선대위가 대응 기조를 알려달라”고 말했고, 이에 권성동 사무총장은 “여기에서 말하면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선대위 회의에 뒤늦게 합류한 조 단장은 “후보의 말씀을 전하겠다. ‘아내에 대한 사과는 온전히 후보의 몫이다. 우리 당 원내 의원들은 왜 안 도와주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회의 참석자가 조 단장을 향해 “무슨 소리냐. 원내 의원들이 나서서 다 돕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 대표가 전날 나온 언론의 비판 보도를 지목하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발 이런 기사 대응이나 잘하라”는 취지로 질타하자, 조 단장은 “왜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느냐” “난 윤 후보 말만 듣는다”는 취지로 대응하며 설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두 사람의 고성과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 등이 회의장 밖으로 새어 나왔다. 선대위 내부 직제상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는 조 단장의 상급자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 업무 지시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선대위 운영 체계상 계선을 바로잡고자 좀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본인이 맡은 업무하는 걸 지시했는데, (조 단장이) ‘상임선대위원장 말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상황의 엄중함을 알았으면 자기 직무를 수행할 것이고, 계선도 올바르게 인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단장은 “오늘 일어난 일은 모든 게 제 탓”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그간 이 대표와 조 단장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오늘에서야 터져 나온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전당대회를 통해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는데, 그간 각종 현안을 두고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지난 6일 선대위 출범 이후엔 조 단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비판 카드뉴스 게시물에 이 대표가 “카드뉴스 이래서 안 만든다고 한 건데”란 댓글을 달기도 했다.

김종인 "네거티브 전쟁 그만 당부"

한편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은 “과연 국민들이 정치권을 뭐라고 생각하겠느냐”며 “(여야 모두) 더이상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민생과 경제의 앞날을 위해 각 후보가 어떤 주장을 내걸고 경쟁할지에 몰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현 정부가 얼마나 잘못했고 무엇이 그렇게 내놓을 것이 없는지, 집권 여당 후보를 가진 정당이 대선에서 네거티브만 갖고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윤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선 “사과가 다소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윤 후보는 본인이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며 “저는 이런 점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그 사과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면 저희 당은 겸허하게 거기에 대해 순응할 자세를 갖고 있다”며 추가 사과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아들 이동호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및 상습도박,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었지만, 김 위원장 등 선대위 지도부의 ‘네거티브 자제’ 방침에 따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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