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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유예 결정되면 팔겠다” 서울 아파트 매매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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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여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서울의 주택 매매시장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집을 팔 사람은 양도세 감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매물을 회수하고, 매수자는 앞으로 매물이 증가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관망하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하는 것이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고지서가 나온 뒤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향후 세제가 바뀌는 것을 보고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 발 빼는 분위기”라며 “매도, 매수 문의 모두 뚝 끊겼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집주인이 사정상 리센츠 전용면적 84㎡를 시세보다 1억2000만원 낮춘 24억8000만원에 팔려고 내놨는데 양도세 중과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나중에 팔겠다며 다시 회수해갔다”고 말했다. 이 중개인은 “가뜩이나 대출 규제 이후 거래가 급감했는데 지금은 아예 문의 전화 한 통 없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신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2채 가진 집주인이 자금 사정 문제로 아파트 하나를 팔려고 내놨다가 지난주 잠시 보류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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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면 그간 보유세 부담 때문에 팔고 싶어도 못 팔던 다주택자들이 일부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어차피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주택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양도세 완화를 하려면 과감하게 해야 매물 잠김 현상이 풀리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내년 서울 입주물량이 줄고 전세도 불안한 상황에서 자칫 양도세 중과 완화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뒤엔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화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양도세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주택자는 양도세를 12억원까지 공제해주기로 한 반면, 부득이하게 수도권에 6억원짜리 2가구를 보유한 경우는 중과세율이 적용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소한 7·10 대책 이전 수준으로는 낮춰줘야 시장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시장에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가격이 안정되려면 한시적 완화가 아니라 전면적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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