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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김호철, IBK기업은행 팀 쇄신 첫 발

중앙일보

입력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 KOVO]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 KOVO]

호통 대신 온화한 미소를 보여줬다. 난파선의 키를 잡은 김호철(66) 감독이 달라졌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신임 감독은 지난 18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팀을 맡은 후 첫 경기를 치렀다. 지난 8일 부임한 김호철 감독은 항명 사태로 내홍을 겪은 IBK기업은행의 새 출발을 이끌어야 할 임무를 맡았다. 그는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두 차례 V리그 정상으로 이끌었고, 국가대표팀 감독도 역임했다. 하지만 여자부 지휘봉은 처음 잡았다.

김호철 감독은 여자부 데뷔전에서 쓴맛을 봤다.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0-3(23-25, 22-25, 27-29)으로 완패했다.

팀 리시브 효율이 18.84%에 불과할 만큼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다. 새 외국인 선수 산타나도 7득점 공격 성공률 33.33%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역시 쉽지 않다. 불안한 리시브는 하루아침에 나아질 수 없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던 김호철 감독은 IBK기업은행의 감독 제의를 수락한 후 바로 귀국, 15일까지 자가격리를 가졌다. 흥국생명전까지 선수단을 지휘한 날짜는 불과 이틀뿐이었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이 흥국생명전을 지휘하며 풍긴 기운이 주목받았다. 원래 그는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유형이다. 훈련이나 경기 중 선수를 호되게 다그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버럭 호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잔뜩 상기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전에서는 달랐다. 1세트 김희진이 오픈 공격으로 터치 아웃 득점을 만들어내자 해맑은 미소와 박수로 반겼다. 이후에도 이전보다 밝은 제스처를 보여줬다. 작전타임 때도 차분한 어조로 설명하거나, 범실 한 선수를 격려했다.

김호철 감독은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여자배구와 남자배구가 다른 부분이 많았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선수들도 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흥국생명전 보여준 '낯선' 모습은 이전과 다른 지도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꼭 남녀부 차이를 고려한 행보도 아니다. 배구계를 뒤흔든 논란 탓에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의기소침한 상태다. 김호철 감독은 자신감 회복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 후에는 "당분간은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이끌 생각"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전술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에이스 김희진이 센터가 아닌 라이트로 나선다. 새 주전 세터로 기대받고 있는 김하경은 선수 시절 세터였던 김호철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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