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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된 백신 미접종 학부모…"아이 학원에서 쫓겨났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교육청 관계자들이 학원에서 방역패스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정부는 식당·카페·학원독서실 등에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이 확인 돼야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역패스 시행했다. 뉴스1

대전교육청 관계자들이 학원에서 방역패스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정부는 식당·카페·학원독서실 등에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이 확인 돼야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역패스 시행했다. 뉴스1

“미취학 아이 데려다주러 학원 갔다가 쫓겨났어요. 지병 있어 백신을 안 맞고 있는데, 이제 아이 학원 안에서 기다리는 것도 안되는 건가요?”

지난 13일 실내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시행 첫날,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게시글엔 “백화점·키즈카페는 되고 학원은 안되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이러다 부스터샷(추가접종) 안 맞았다고 아무 곳도 못 들어가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13일 정부의 백신패스 시행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백신 미접종자들의 불편 호소 글. 네이버 카페·블로그 캡처

13일 정부의 백신패스 시행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백신 미접종자들의 불편 호소 글. 네이버 카페·블로그 캡처

거부가 아니라 건강상 보류인데…

정부가 식당·카페 등에 방역패스 확인을 의무화하면서 백신 미접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백신을 맞지 않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다니는 학원과 도서관 출입까지 제약이 걸린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에는 “밥이나 차를 마시는 것도 아닌데 너무하다. 도서 대출할 때마다 PCR 검사를 받아야 하나” “어린이도서관에 어린아이 혼자 책 빌리러 보냈다” 등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알레르기 부작용이 걱정돼 백신 접종을 보류했다는 A씨(36)는 “다들 그냥 맞으라고만 하지, 잘못됐을 때 책임진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사람 만날 때 제약이 크지만, 그래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안 맞으려 한다”고 말했다.

위반 시 과태료 150만원에 ‘노(No) 미접종자’ 존도 등장

사업주 재량으로 백신 미접종 고객의 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식당과 카페도 생기고 있다. A씨는 “미접종한 회사 동료 사이에서 미접종자를 거부하는 식당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며 “밥 먹으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할까 두려워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식당보단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 정부 방역지침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라도 1인 고객이면 식당·카페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에서는 1인 손님이 “백신 못 맞았는데 들어가도 되느냐”며 사업주에게 물어보며 자기 검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역패스 위반시 업주는 과태료 150만원에 1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의 현장 적용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위반 책임을 사업주에게 묻는 방식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만 출입 가능한 백신 패스관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만 출입 가능한 백신 패스관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에 방역 실패 책임 떠넘기는 것”

전문가들은 방역패스가 미접종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접종은 자율이라 해놓고 학교나 직장에서 공개적으로 접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접종 이익과 위해에 대해 근거를 들어 설득하고 나서야지, 이렇게 접종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며 “국민도 납득 못 할 방역패스 적용 기준이 나오는 건 장기적 플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이 심각해지니 국민 보고 ‘알아서 피해라’ 하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미국에선 포지티브 인센티브를 주지만, 이미 성인 접종률 90%가 넘은 국내에서 방역패스 도입은 무용지물일 뿐 확산세를 잠재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방역패스(백신패스) 위반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영화 관람에 앞서 QR코드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방역패스(백신패스) 위반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영화 관람에 앞서 QR코드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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