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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공동화장장 물거품 위기…지역갈등에 주민들 불편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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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경기 가평군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장사시설 건립 사업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가평군은 애초 남양주·포천·구리 등 인접 3개 시와 공동화장장을 2026년 상반기까지 건립하려 했다. 그러나 단독 사용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과 갈등을 겪은 끝에 원점 재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근 추진 동력마저 잃어버렸다.

군은 갈등이 계속되자 군민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장사시설 건립 사업을 군민 자율제안 방식으로 전환했다. 지난 10일까지 2개월간 단독이든, 공동이든 가리지 않고 주민 제안을 받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가평군은 당초 30만㎡ 부지에 화장로 10기 내외, 봉안시설, 자연장지, 장례식장 등을 짓기로 했다. 두 차례 후보지 선정 공모에서 응모한 마을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일부 주민이 공동형 화장시설이 아닌 단독형을 요구하면서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까지 추진하자 가평군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왔다.

가평 공동형 장사시설 추진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 가평군]

가평 공동형 장사시설 추진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 가평군]

사실 이번 주민 제안접수 기간 중 마을 두 곳에서 공동형 신청 움직임이 있었지만, 주민 간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이로써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일은 주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가평과 인접 3개 시 주민들의 장사 시설 부재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중과 불편이 계속 남게 됐다.

사업을 앞장서 추진해온 김성기 가평군수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본지에 밝혔다. 그는 “단체장 임기가 최종 만료되는 내년 6월 말까지 장사시설 건립 신청이 있을 경우 수시로 접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3선인 김 군수는 차기에는 출마가 제한돼 내년 6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그는 “임기 동안 장사시설 조성에 작은 진전이나마 이루고 떠나고 싶다”고 피력했다.

가평군이 최근 군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장사시설 건립에 68.9%가 찬성했다. 건립 형태는 공동형 27.7%, 유치 지역이 원하는 규모 23.2%, 단독형 23.1% 등으로 의견이 달랐다. 지역 주민들도 10명 중 7명은 장사시설 건립에 찬성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안 된다거나 보상금 적정성 여부 등의 일부 이견에 막혀 추진이 좌절된 실정이다.

김 군수는 “화장장이 없어 타 지역 주민보다 10~20배  비싼 이용료를 내며 강원 인제·속초 등지의 장사시설로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가평군민의 고충이 그저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제안도 경청할 만하다. “해당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은 다수를 위한 특별한 희생을 하는 것이니 그에 맞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한 광역 기피시설 유치에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사실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 방법이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