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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새긴 박태준의 ‘철강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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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태준 기념관 내부 정원인 수정원의 모습. 문병주 기자

박태준 기념관 내부 정원인 수정원의 모습. 문병주 기자

부산의 바닷가 트레킹 코스 ‘갈맷길’이 시작하는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에 하얀색과 녹슨 철이 어우러진 울타리가 들어섰다. ‘철의 사나이’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1927~2011)의 생가터를 일부 포함해 만든 ‘박태준 기념관’이다. 기장군은 2015년부터 82억원을 들여 기념 공간을 조성했고, 지난 14일 공식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오규석 기장군수와 박 명예회장의 아들 박성빈씨가 입구에 무궁화를 심는 식수 행사로 간단하게 치러졌다. 무궁화는 박 명예회장이 ‘애국심의 상징’이라며 좋아했다.

기념관 내부 정원에는 평소 그가 동해를 바라보고 그늘에 사색했던 소나무가 자리했다. 기념관과 연결된 생가는 부인 장옥자 여사 등 유가족이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수연 기장군 학예연구사는 “과거 기와집이었는데 2000년대 초반 포스코에서 만든 철강을 가져와 재건축했다”고 설명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포항제철 사장 시절 모습. [중앙포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포항제철 사장 시절 모습. [중앙포토]

주민을 위한 도서관과 카페도 한 쪽에 자리 잡았다. 사진과 엽서·편지 등 전시관에 전시된 유품 외에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전시 공간엔 포항제철 제철소 건설 현장에 항상 지니고 다니던 지휘봉이 눈에 띄었다. 포철 건설 현장에 방문한 고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역시 한 손에 이 지휘봉을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포철 건설 중 13번 현장을 방문했다.

박 명예회장은 박 대통령이 추진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포철 건설을 1967년 11월부터 추진했다. 68년 4월 1일 포항제철주식회사(현 포스코)를 출범시킨 후 92년 10월 연산 2100만t을 달성하면서 회장직에서 사임할 때까지 25년간 한국 철강 산업을 이끌었다.

박 명예회장의 침실 서예 액자. [사진 박태준 기념관]

박 명예회장의 침실 서예 액자. [사진 박태준 기념관]

포철 건설에는 65년 체결한 한일기본조약 중 ‘청구권 및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이 투입됐다. 총 5억 달러(유상 2억 달러, 무상 3억 달러)의 대일청구권 자금 가운데 1억1948만 달러(24%)였다.

78년 중국의 최고 실권자 덩샤오핑이 일본의 기미츠 제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에도 포철과 같은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이나야마 요시히로 당시 신일철 회장에게 말했다가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으냐”라는 대답을 듣고, 한동안 중국에서 박태준 연구 열풍이 불기도 했다.

침실 머리맡에 걸어두고 지냈다는 두 개의 서예 액자에는 ‘짧은 일생을/ 영원 조국에’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추모 도서 『박태준 생각』을 최근 펴낸 포항지역사회연구소 편찬위원들은 “그가 남긴 공적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그것을 성취하게 만들었던 그의 정신·고뇌·투쟁이다. 이 무형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국립현충원에서 10주기 추모 행사를 치렀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추도사에서 “10년 전 마지막으로 당부한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강의 포스코가 되길 바란다’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숭고한 뜻을 가슴 깊이 되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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