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캠프 간 文 정부 북핵총괄…"종전선언만으로 되는 게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도훈 전 본부장이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도훈 전 본부장이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현 정부의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맥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이 전 본부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등이 열릴 당시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였다. 지난 8월 윤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종전선언은 비핵화 맥락에서 나와야"

그는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 참석해 "종전선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가 이뤄지고 그 맥락 속에서 '지금쯤 종전선언을 할 때가 됐구나'라고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적기가 언제인지를 묻는 말에 이 전 본부장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선언은 원래 평화협정의 첫 번째 항목으로 들어간다"며 "저로서는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지만 만일 이것(종전선언)을 따로 떼어 정치적 선언을 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한미 간 종전선언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종전선언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맨 마지막 결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다. 또 그는 "북한과 우리가 과연 종전선언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도훈 전 본부장(가장 왼쪽)이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도훈 전 본부장(가장 왼쪽)이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北, 제재완화 요구 가능성…변질 시도"

현 정부의 협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전 본부장은 행사용 배포 자료에서 "북한은 대화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건을 걸어두고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협력해야 할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협상 여건이 매우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내부의 경제적 사정으로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부분적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같은 경제적 숨통을 틔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핵 군축 협상으로 변질시키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을 보유하는 것이 북한의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느끼도록 해야지, 반대로 일방적으로 제재를 완화해주는 등 한국의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이 전 본부장은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