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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사려 3만원 빌렸는데 이자 1만원…댈구·댈입 업자들 적발

중앙일보

입력

트위터 화면 캡처

트위터 화면 캡처

중학생 A양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용돈을 모았다. 티켓 값은 마련했지만, 굿즈(기획상품)를 살 돈이 부족했다. 고민하던 A양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댈입’(대리입금)을 문의했다. 3만원을 빌리면 6일 뒤 이자 1만원을 더해 4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A양은 이후 돈이 필요할 때마다 댈입을 찾았다. 최근엔 15만원을 빌렸다. 9일 뒤 이자 5만원을 포함해 20만원을 갚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돈을 갚지 못하자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대부업자는 “학교에 찾아가겠다” “부모님께 알리겠다” “인터넷에 신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돈을 갚지 못하면 하루 1만원씩 연체 이자를 내게 했다. 불어나는 이자를 갚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A양의 신상 정보를 SNS에 공개했다.

청소년 등 소액대출자 노리는 ‘댈입’업자 11명 적발 

SNS로 청소년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술·담배를 대신 사주는 이른바 댈입·댈구(대리구매) 업자들이 경기도에 적발됐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대리입금 업자 11명,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리 구매업자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7월부터 특별수사반과 모니터링 요원을 편성해 SNS를 조사한 결과다.
적발된 14명 중 3명은 미성년자였다. 이들이 거래한 대출 규모는 7억원에 이르고 피해자는 1600여명에 달했다. 경기도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만 17세인 한 고교생은 여러 개의 SNS 아이디를 만든 뒤 ‘수고비 가장 저렴’ ‘대리입금’ 등 글을 올려 고객을 모았다. SNS 오픈 채팅방을 통해 학생증 등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1만~10만원의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사례비)와 지각비(연체이자)를 받았다. 지난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580여명에게 1억7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최고 5475%의 이자를 받았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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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만 노려 범행한 대부업자도 있었다. 한 무등록 대부업자는 SNS에 “남성은 안 받는다”는 등의 글을 올려 지난 2년 동안 여학생 480명에게 5억3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챙겼다. 그는 이자 상환이 지연되면 돈을 빌린 청소년의 학생증과 연락처 등 개인신상 정보를 SNS 게재했다. 전화와 SNS로 욕설과 협박 등 불법 추심을 일삼다 적발됐다.

청소년에 술·담배 제공하는 댈구도 기승

한 대리구매업자는 350차례에 걸쳐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대신 사 전달하다 덜미를 잡혔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청소년에게 유해 약물을 대리 구매한 뒤 전달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부터 SNS에 댈구 계정을 새로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술·담배를 제공하고 수수료로 400만원을 챙겼다. 이 SNS 계정의 팔로워 수는 4386명이다.

만 15세인 한 청소년은 부모 명의로 전자담배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한 후 이를 되파는 수법으로 120여회에 걸쳐 대리구매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김영수 경기도 특사경 단장은 “청소년 대상 대리입금이나 대리구매는 SNS를 통해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청소년들이 빌린 돈은 소액이지만 갚지 못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폭행·협박 등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청소년 댈구·댈입 피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관련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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