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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허문 ‘미군기지 장벽’…반환 터에 평화공원·도서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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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10일 대구 남구 캠프워커에서 ‘시민과 함께 허무는 100년의 벽’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대구 남구 캠프워커에서 ‘시민과 함께 허무는 100년의 벽’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대구 도심에 위치한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워커’. 주민·지역 인사·공무원 등이 콘크리트로 된 미군기지 담장 한 부분에 줄을 걸어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2m 높이의 회색 담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대구 도심 한가운데 있는 주한미군 기지의 일부 터가 공식 반환되는 장면이다.

대구시는 14일 “대구 캠프워커 반환 터의 담장을 허물고, 해당 터를 주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캠프워커 담이 무너지기까지는 100년이 걸렸다. 지난 1921년 일본군 경비행장으로 처음 조성된 이후 국군 비행장·미군 활주로 등 군사시설로 활용,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기 때문이다. 반환 터 크기는 6만6884㎡. 전체 캠프워커 터의 10%에 채 못 미치는 규모다.

대구시는 반환 터를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채울 예정이다. 미군 헬기장 터로 쓰이던 2만8967㎡에는 사업비 694억원을 들여 ‘대구대표도서관’을 짓는다. 군사시설 터로 쓰인 5만8050㎡에는 사업비 48억8000만원을 들여 ‘대구평화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286대 규모의 지하 공영주차장도 별도로 지을 계획이다. 시는 반환 터 가운데 활주로 터로 쓰인 3만7917㎡에는 폭 40m, 길이 700m의 3차 순환도로를 조성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반환 터에 대한 환경정화 작업을 새해 벌인 뒤에 시설 공사에 착공, 2024년쯤 전체 시설 공사를 모두 끌 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캠프워커 터 반환은 지난해 12월 대구시·국방부·주한미군의 협상과 합의에 따른 조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캠프워커 반환 터 개발로 대구지역 전체 도시 공간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부지 터 반환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다양한 시설을 지어 명소로 가꾸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미군 기지인 ‘캠프 그리브스’다. 경기도는 2013년 반환 터를 민통선 내 유일 역사·문화·예술 체험시설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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