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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시험은 죽었다' 산업인력공단 앞에 등장한 근조화환

중앙일보

입력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가 14일 오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근조화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시연 제공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가 14일 오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근조화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시연 제공

‘세무사 시험은 죽었다. 삼가 공정성의 명복을 빕니다.’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산업인력공단에는 이 같은 문구를 적은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세종시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앞에도 같은 화환이 설치됐다. 화환에는 ‘세무공무원에 압사당한 청년 공정, 청년수험생 짓밟고 편히 쉬소서’ ‘5060 국세청 공무원을 위한 몰아주기,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문구가 적혔다.

이번 근조화환 시위는 제58회 세무사시험에서 세무공무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가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주 여의도 국회 앞 차량시위에 이어 집단 피켓시위 등 강도 높은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시연 소속 수험생 김모씨는 이번 근조화환 시위 취지에 대해 “기존 세무공무원 출신 기득권이 잡아먹어 버린 공정성의 상실을 애도하고, 그 어떤 싸울 방법도 없이 무력하게 당해야만 하는 수많은 청년 수험생의 애환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이런 식으로 합격자를 선별하고, 조절할 수 있는 시험은 이미 시험이란 의미가 죽어버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시연은 2021 세무사 국가 자격시험에서 세무공무원의 응시가 면제되는 세법학 과목의 과락률을 높여 세무공무원의 합격률을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인력공단에 채점기준 공개, 세법학1부 과목 재채점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추후 세무사 2차 시험의 채점기준 공개와 재채점 등을 요구하는 행정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인력공단은 세무사 2차 시험에 대한 감사를 논의 중이다. 산업인력공단 측은 “세무사 시험 감사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내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내부 감사 또는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나 감사원에 외부 감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산업인력공단이 이번 논란을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무사 2차 시험결과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다수 들어와 관련 기관의 보고를 받아 확인해보니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험 전과정에 대한 특별감사 ▶모범답안 및 채점기준표 공개 ▶경력직 시험면제 제도 보환 등 특단의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세시연이 제기하는 ‘세무공무원 시험 특혜 의혹’은 지난 1일 제58회 세무사시험 2차 합격자 발표 이후 불거졌다. 산업인력공단이 공시한 합격자 분포를 보면 올해 전체 합격자의 3분의 1 이상이 세무사 시험에서 일부 과목을 면제받는 ‘국세청 등의 경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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