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상 첫 한국산 모더나 백신 품목허가…그뒤엔 삼바-삼전 공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인천광역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첫 번째 출하가 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오전 인천광역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첫 번째 출하가 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14일 “모더나가 개발하고 인천 송도 삼바 공장에서 제조한 코로나19 백신(스파이크박스주)이 정식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았다”며 “이로써 한국산 모더나 백신을 국내서 판매하거나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만든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품목허가를 받은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모더나코리아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를 받은 배경엔 삼바의 위탁생산(CMO) 기술력이 영향을 미쳤다. 모더나와 삼바는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완제의약품(DP·Drug Product)) 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삼바가 초도 물량을 생산해 국내에 출하하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5개월이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절반 이내로 단축한 것이다. 삼바가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모더나코리아는 11월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었다.

2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2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삼바가 초도 물량 생산 기간을 단축하는데 신기록을 수립한 건 3개 조직이 ‘1인 3각’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다. 일단 삼바는 모더나와 CMO 계약 직후 모더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원·부자재 확보부터 정부 공조, 구매, 통관, 최종 출하까지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책임지는 조직을 갖췄다.

예컨대 모더나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 열에 쉽게 파괴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생산 직후 특수 냉동 보관 과정을 통해 영하 20℃ 창고와 영하 40℃ 창고를 오가며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삼바 공급망관리(SCM)팀은 ‘워룸(war room)’을 조직했다. 기존 단백질 백신과 달리, 모더나 백신은 세포의 먹이나 세척액, 필터 등 원자재·부품 조달이 핵심이라고 판단해서다. 모더나 백신 원자재는 대부분 수입산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이 막히면서 전시 수준으로 해외 조달을 추진했다. 덕분에 모더나 백신의 온도·습도 등 제반 조건은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모더나 백신이 생산 효율·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삼바는 “바이오 공장과 반도체 공장은 기술 측면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반도체 공장 운영 전문가들이 모더나 백신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조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사상 최초 mRNA 백신 품목허가 배경. 그래픽 김영옥 기자

정부 사상 최초 mRNA 백신 품목허가 배경. 그래픽 김영옥 기자

식약처 신속 승인…한국산 백신, 수출길 열려

삼바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선제적 설비투자도 영향을 미쳤다. 백신 CMO 공정은 크게 원료의약품(DS·Drug Substance) 생산 공정과 DP 생산 공정으로 구분하는데, 지난 5월 양사 계약 범위는 DP 공정뿐이었다. 하지만 삼바는 5월 mRNA 백신 DP는 물론 DS 생산까지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이미 2022년 2분기 생산을 목표로 DS 생산설비를 건설 중이다.

선제적 투자는 사업 확대 기회를 열었다. 미국 보스턴 mRNA 전문 기업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달 삼바에 mRNA 백신 DS 공정을 맡긴 것이다. 이 공장 건설이 끝나면 삼바는 mRNA 백신의 생산부터 무균충전, 라벨링, 패키징, 저장까지 원스톱 생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바 프로젝트에 힘을 더했다.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은 경영 행보를 시작하면서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8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로 건너가 누바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코로나19 백신 공조와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편 삼바가 생산한 mRNA 백신이 정부 공인을 받으면서 한국산 백신이 세계 시장에 팔릴 가능성이 커졌다. 삼바가 국내서 생산한 모더나 백신은 지난달 26일 필리핀과 지난 2일 콜롬비아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