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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태운 시멘트 속 중금속, 기준치 아래지만…"쓰레기 많이 쓰면 농도↑"

중앙일보

입력

강원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 외경. 강찬수 기자

강원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 외경. 강찬수 기자

폐기물을 태워서 만든 시멘트에 들어있는 주요 중금속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폐기물 사용량이 증가하면 중금속 농도도 다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1~10월 국내 유통 중인 국산ㆍ외산 시멘트 12종의 중금속과 방사능 물질 농도를 조사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국내 유통 시멘트는 모두 유해물질 관리를 위해 2009년 환경부ㆍ지자체ㆍ시멘트 제조사 간에 협약을 맺은 6가 크롬 기준(20mg/kg)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이 수치는 법적 기준이 아니며, 나머지 중금속은 별도 관리 기준이 없다.

환경과학원은 2008년부터 중금속 6개(6가 크롬, 비소, 카드뮴, 수은, 납, 구리), 2019년부터 방사능 물질 3개(세슘 134Csㆍ137Cs, 요오드 131I)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10월 시멘트 제품 12종을 조사했더니 6가 크롬 평균 농도는 6.76mg/kg이었다. 모든 제품이 자발적 협약 기준치 아래로 나타났다. 세슘 등 방사능 물질도 모두 불검출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과학원은 폐기물을 대체 원료나 보조 연료로 사용한 국내 시멘트 제품 10종의 중금속 검출 추이를 별도 분석했다. 건설 현장 등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포틀랜드 시멘트의 2008~2021년 중금속 농도를 따져본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에서 재활용하는 폐기물량은 2015년 643만t에서 지난해 808만t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폐플라스틱 등의 사용 확대가 대기 오염과 함께 시멘트 내 중금속 수치를 높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업계에선 폐기물 사용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고, 유해물질 배출 등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폐기물 태워 만든 포틀랜드 시멘트 제품 10종의 2008~2021년 6개 중금속 항목 조사 결과. 자료 환경부

폐기물 태워 만든 포틀랜드 시멘트 제품 10종의 2008~2021년 6개 중금속 항목 조사 결과. 자료 환경부

분석 결과 6가 크롬의 13년간 평균 농도는 협약 기준치 이하인 8.6mg/kg으로 나타났다. 2009~2010년 월별 농도가 기준치를 넘긴 적이 3번 있었지만, 그 후로 초과 사례는 없었다. 관찰 대상 중금속의 평균 농도는 비소 12mg/kg, 카드뮴 4.9mg/kg, 수은 0.1mg/kg, 납 68.3mg/kg, 구리 106mg/kg으로 집계됐다. 이 중 비소와 카드뮴, 수은 등 3종은 평균 검출 농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제품과 비교했을 때 수치상 두드러지게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납과 구리는 최근 몇 년간 검출 수치가 높거나 연도별 편차가 비교적 큰 모습을 보였다. 전태완 환경과학원 자원순환연구과장은 "2015~2018년 구리와 납 농도 (수치)가 상당히 튀고 높게 검출된 걸 볼 수 있다. 폐합성수지나 석탄재, 오니류 등이 투입되면서 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폐기물 사용량과 중금속 농도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태완 과장은 "관계가 있다, 없다를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폐기물 (사용)이 증가하면서 중금속에도 약간의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시멘트 공장 모습. 셔터스톡

시멘트 공장 모습. 셔터스톡

정부는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폐기물을 태워 만든 시멘트 제품의 유해성을 꾸준히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유통 시멘트의 중금속 기준 강화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6가 크롬의 협약 기준치 강화나 관찰 대상 5가지 중금속의 관리 항목 추가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전태완 과장은 "국내ㆍ외 관리 기준을 확인하고 13년간 조사한 (국내) 결과를 통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 연구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다음 환경부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선 "제한적인 조사 결과만으로 국민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적 입장이 나왔다. 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시멘트 내 중금속 함량은 하루하루 쓰레기 사용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또한 시멘트에 함유된 중금속 종류가 다양한데 6가지만 조사하는 건 한계가 있다"라면서 "정부가 내놓은 기준 강화 검토 정도론 미흡하고, 폐기물 활용 여부에 따른 시멘트 등급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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