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년 만의 정통사극 ‘태종 이방원’…“사료 잘 살렸지만, 개경 전투신 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위화도 회군부터 세종 즉위까지를 다룬 KBS 주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주인공 이방원(주상욱). [사진 KBS]

위화도 회군부터 세종 즉위까지를 다룬 KBS 주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주인공 이방원(주상욱). [사진 KBS]

KBS 주말 대하사극이 다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KBS1 ‘태종 이방원’이 11일 첫 방송 했다.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부활한 KBS 대하사극이다. 주인공 주상욱(이방원) 외에도 김영철(이성계), 예수정(한씨), 엄효섭(이방우), 홍경인(이방의), 김규철(민제), 이광기(정도전), 남명렬(이색) 등 이전부터 사극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캐스팅이 기대감을 높인 터였다. 첫 주 시청률은 8.7%(11일), 9.4%(12일). 직전 방영했던 ‘장영실’의 첫 주(8.5%, 8.6%)보다 나은 성적표다. 무난한 출발을 보인 셈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정사(正史)를 기초로 한 대하사극이 다시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세종처럼』, 『정조평전』 등을 낸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위화도 회군도 잘 묘사했고,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자 개성에서 남아있던 이방원이 포천으로 가서 두 어머니를 모시고 달아나는 장면 등 사료에 나온 팩트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회 만에 9%대 시청률이 나온 것을 보면, 주말 밤 시간대에 정통 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인 KBS는 트렌드한 팩션 사극보다는 이러한 대하사극을 과감하게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직 초반인 만큼 시작부터 날을 세워서 보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화도 회군부터 세종 즉위까지를 다룬 KBS 주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개성 공방전의 모습. [사진 KBS]

위화도 회군부터 세종 즉위까지를 다룬 KBS 주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개성 공방전의 모습. [사진 KBS]

기존 대하사극과 비교해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방원의 부인으로 훗날 원경왕후에 오르는 민씨(박진희)는 초반부터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 위화도 회군 이후 고민하는 남편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거나, 관망하려는 친정 식구들을 설득해 이성계 집안을 돕도록 한다.

이성계의 둘째 부인 강씨(예지원)도 마찬가지. 남편의 회군 소식에 향후 남편의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박현모 교수는 “그동안 대하사극은 남성 중심이고, 여성은 사랑을 얻으려 애쓰거나 경쟁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리더로 그려낸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첫 회 후반부에 등장한 개경 공방전에 대해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조민수(박상조) 군대에 맞서 최영(송용태)이 이끄는 방어군이 개경에서 벌인 전투다.

하재근 평론가는 “‘태종 이방원’에서 대규모 전투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너무 간소했던 거 같다”며 “제작비 부담 때문일 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장영실’ 이후 5년간 OTT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보였다. 전투신이 약하다 보니 무장들이 앞에 나와 대사로 긴박함을 처리하는 과거의 클리셰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태종실록』 전편을 완역 중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은 “‘태종 이방원’의 부제가 ‘가(家)를 넘어서 국(國)으로’이다. 태종은 국가를 반석 위에 올리기 위해 형제, 아버지, 처가 나중에는 아들과도 불화했던 인물”이라며 “우리가 태종으로부터 얻어야 할 메시지는 공(公)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공(公)의 붕괴인데, 드라마에 이런 메시지가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