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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SMC 반도체 공장 새로 짓는 곳에는 OOO 공장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독일 작센주 츠비카우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독일 작센주 츠비카우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치열해진 세계 각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전에 결정적 변수가 등장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회사의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을 살펴보면 이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인이 드러난다. 바로 자동차다. 차량의 첨단화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자동차 업체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반도체 업체가 자동차 강국을 낙점했다는 풀이다.

최근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가장 열을 올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의 행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나주에 360억 달러(약 41조5000만원)를 투입해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장 건설을 시작한 TSMC는 지난 10월엔 소니와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 완공될 예정인 구마모토 공장에선 22~28㎚급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22∼28㎚는 최첨단 미세 공정은 아니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나 스마트폰 이미지 센서를 생산할 수 있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 [로이터=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TSMC가 구마모토현을 공장 부지로 택한 건 집적(集積)이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마모토현이 있는 규슈 지역에는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 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규슈는 닛산·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의 생산 공장이 밀집해 ‘자동차의 섬’이라 불린다.

닛케이는 “구마모토는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CATL, 일본전산의 중국 모터공장 등과도 가까워 전기차 제조 부문에서 유리한 입지조건”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인력도 풍부하다. 규슈에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반도체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업자 수 비중은 규슈가 35%를 차지한다.

일본 이토추 상사의 후카오 산시로(深尾三四郞) 연구원은 “차량이 첨단화하고, 탈 탄소 흐름으로 전기차 수요가 커지면서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융합이 진행되고 있다”며 “(TSMC와 소니로서도) 구마모토 공장이 국제 경쟁을 이겨내고 중추적 역할을 하려면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업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강국에 공장 짓는 반도체 회사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동차 강국에 공장 짓는 반도체 회사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독일이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것도 자동차 산업의 힘이란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로라 호 TSMC 유럽·아시아 수석 부사장은 지난 11일 “독일 정부와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라며 “정부 보조금과 인력 채용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TSMC는 유럽지역 생산 기지로 오래전부터 독일을 점찍어왔다.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은 지난 7월 주주들에게 “독일에는 폴크스바겐과 다임러 같은 주요 고객사가 있는 만큼 독일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경쟁사들은 이미 독일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짓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업체 글로벌파운드리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텔도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BMW가 있는 바이에른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 보쉬도 지난 6월 드레스덴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열었다.

블룸버그는 “독일엔 유명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피니온도 있다”며 “시너지 효과를 통해 유럽 대륙의 반도체 제조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동차 강국인 이탈리아도 비슷한 전략으로 반도체 공장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인텔에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옛 피아트)의 본거지인 토리노 미라피오리 지역과 스위스 차량용 반도체 제조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공장이 있는 시칠리아 카타니아를 제안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힌 후 악수하고 있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트위터 캡처]

지난달 23일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힌 후 악수하고 있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트위터 캡처]

삼성전자가 지난달 건설 계획을 발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파운드리 제2공장과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의 연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과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차로 30분 거리에 불과하다”며 “(테슬라로서도) 삼성전자와의 공정 협업이 증가한다면 반도체 공급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자율주행 등으로 차량이 똑똑해지면서 자동차에도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지에 반도체 공급망을 갖춘 자동차 제조업체가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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