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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끊고 대뜸 "식약처장입니다"…스벅서 들린 이 소리 정체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식약처장입니다. 식사나 음료 섭취 전후로 또한 대화하실 때는 마스크 착용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일부 카페와 식당에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다. 식약처와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김강립 식약처장의 목소리가 방송되고 있다. 방송이 되는 업소는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이디야·파스쿠치·탐앤탐스 등 전국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 등 8000여 곳이다.

김 처장의 ‘등판’은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식약처가 추진한 특별방역 강화 캠페인의 일환이다.

12일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 이 점포에서도 식약처장의 마스크 착용 안내가 방송됐다. 김서원 기자

12일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 이 점포에서도 식약처장의 마스크 착용 안내가 방송됐다. 김서원 기자

30분~1시간마다 “식약처장입니다”

각 프랜차이즈 매장은 30분~1시간 간격으로 김 처장의 목소리가 담긴 안내 방송을 틀고 있다. 기존에 매장에서 내보내던 방역 안내 방송 사이에 약 11초 분량의 김 처장 메시지를 함께 내보내는 식이다. 음료를 마시러 간 카페에서 코로나 주무부처 관료의 목소리를 듣게 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12일 서울 양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주민 이모(49)씨는 “방송이 나오는 줄 모를 정도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김 처장의) 중후한 목소리에 ‘마스크를 열심히 써야지’ 하고 되새겼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씨의 일행인 A씨는“식약처장이 안내방송을 할 정도면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매장을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방문한다는 양모(28)씨는 “방역 관련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녹음한 것 같은데, ‘보여주기’ 식이란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식약처나 질병관리청이나 고생하는 거 다 아는데 굳이 방송 캠페인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생활 소음과 대화 소리로 방송을 못 들었다”는 고객이 대다수였다.

식약처 “희망 업체 중심으로 방송 확대”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스타벅스 관계자는 “방역 관련 방송이라 고객뿐 아니라 직원 안전까지 생각해서 식약처에 협조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안내방송이 지속적으로 나오다 보니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방송을 희망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료의 코로나19 방역 방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12월 “안녕하세요. 국무총리 정세균입니다”로 시작하는 안내방송이 서울 지하철 2호선 10개 역에 도착할 때마다 방송된 적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식사 문화 개선 캠페인을 직접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선 “아이디어가 좋다”거나 “왜 총리가 지하철 방송에 나오냐” 등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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