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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공격할 새변이 저장고…사자·하마·햄스터도 백신 맞힌다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가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야생 동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야생 동물에게서 새 변이가 나오는 걸 사전에 차단한다는 차원에서다.

덴마크는 지난해 11월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밍크를 집단 폐사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는 지난해 11월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밍크를 집단 폐사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NPR 등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동물원은 사육 또는 야생 동물에 대한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표범·고릴라·바다 사다 등 특정 포유동물이 백신 접종 대상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 샌디에이고 동물원이다. 이곳은 지난 3월부터 동물을 상대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수마트라 호랑이, 보르네오 오랑우탄, 아프리카 사자 등 260여 마리가 백신을 맞았다.

동물원 측이 백신 접종에 눈을 돌린 것은 전 세계에서 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2020년 2월 홍콩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키우던 애완견이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개·고양이·햄스터 등 애완동물의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됐다. 농장·동물원 등 사육 시설과 야생 동물 보호소에서도 호랑이, 고릴라, 밍크, 하마 등 다양한 동물이 코로나에 걸렸다. 미 네브래스카주와 인도에서는 눈표범과 사자가 코로나19에 걸려 죽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샌디에이고 동물원,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각각 고릴라 수십 마리가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의 샌디에이고 동물원,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각각 고릴라 수십 마리가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다. [AP=연합뉴스]

샌디에이고 동물원도 지난 1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고릴라 수 마리가 감염돼 비상이 걸렸다. 이곳에는 희귀 야생동물도 있어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의약품 제조업체들도 발 빠르게 동물용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인 조에티스를 시작으로 미국의 어플라이드 DNA 사이언스와 이탈리아 에비백스, 러시아 제약사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조에티스의 경우 지난해 2월 연구에 들어가 8개월 만에 동물용 백신 개발을 만들었다. 이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투여한다. 현재까지 샌디에이고 동물원을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등 13개국 동물원과 동물 보호구역에 2만6000회분의 동물용 코로나19 백신을 기증한 상태다.

다만 동물용 코로나 백신은 애완동물에게는 필요성이 적다는 주장이 많다. 애완동물의 경우 코로나 감염에 따른 치명률이 다른 동물보다 적고,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수만 마리의 닭을 밀집 사육하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의 한 농가. [로이터=연합뉴스]

수만 마리의 닭을 밀집 사육하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의 한 농가.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집단으로 사육되는 농장이나 사람 간 접촉이 많은 동물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야생은 경우가 다르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고 전파되는지가 불분명해 앞으로의 대응에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북동부에서는 야생 흰꼬리사슴 3분의 1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집단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야생 동물 간 전파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한 뒤, 사람에게 옮겨지면 신종 전염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동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새 변이의 발생 확률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한다. 리버풀 대학의 수의 건강 정보학 교수인 앨런 래드포드는 “현재 대유행은 사람 간 전염 사례만 있지만, 농장 또는 야생동물이 새 변이의 저장고 역할을 해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동물의 반응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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