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정희 산업대전환’ 강조한 이재명…“TK는 제가 묻힐 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를 방문해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살펴본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를 방문해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살펴본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대적인 산업대전환을 만들어냈던 것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산업과 경제의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산업화 단계에서 경부고속도로가 했던 역할과 산업화 기반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박 전 대통령, 꼭 그분을 기린다기보다는 그 같은 대대적인 산업대전환을 만들어냈던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을 추진한 점은 시사점이 있다”며 “(제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는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의 정보화 고속도로에 버금가는 새로운 산업체제를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경부고속도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완공돼 올해로 지은 지 51년이 됐다. 이 후보의 방문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대구·경북(TK) 유권자에 대한 ‘구애’라는 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안동 중앙신시장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며 치켜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2일 경북 김천 황금시장을 방문해 어린이들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2일 경북 김천 황금시장을 방문해 어린이들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나아가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도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재출마한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국정 역량에서 다르게 평가받는 이재명이 새로운 정부를 만든다면 그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경주에서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라며 선명한 차별화 메시지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竝存)한다”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날 “엄청난 역사적인 중대범죄를 저지른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삼저호황’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름의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서 맡긴 덕분에 경제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제가 묻힐 곳” 대구·경북 사흘째 ‘러브콜’

이 후보는 12일까지 사흘째 TK를 돌고 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그는 가는 곳곳마다 ‘TK 사랑’을 외치고 있다. 이 후보는 12일 예천 상설시장 즉흥 연설에서 “대구·경북에서 나고 자랐고 여전히 사랑하고, 제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면 묻힐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천이 디비지면(‘뒤집히면’의 영남 방언) 경북이 디비지고, 영남이 디비지고, 대한민국이 디비져서 국가가 오롯이 국민의 삶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제가) 보여드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안동 중앙신시장 즉흥 연설에선 “(저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고 자신의 ‘연고’를 드러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2일 경북 문경 가은역을 찾아 꼬마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 후보가 유튜브 브이로그 중계를 하기 위해 직접 셀카봉을 들고 촬영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2일 경북 문경 가은역을 찾아 꼬마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 후보가 유튜브 브이로그 중계를 하기 위해 직접 셀카봉을 들고 촬영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애초 2박3일로 기획됐던 TK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3박4일로 늘릴 만큼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일 TK 첫 행보로 경주를 찾은 이 후보는 “대구·경북은 차기 대선에서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경주·대구(10일)→칠곡·구미·의성·안동·봉화(11일)→영주·예천·문경·상주·김천(12일) 등 12일까지 TK지역 시·군 12곳을 돌았다. 13일 성주·군위·포항까지 합치면 TK 24개 시·군 중 15곳을 찾는 셈이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도 당초 하루만 동행하기로 했던 일정을 바꿔 10~12일 사흘간 이 후보 유세에 동행했다.

‘비영남’ 윤석열 파고드는 이재명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북 문경시 가은역을 찾아 꼬마열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북 문경시 가은역을 찾아 꼬마열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공세도 적잖게 폈다. 그는 12일 김천 황금시장 즉흥 연설에서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손실보상) 100조원을 ‘당선된 다음에 한다’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추풍령휴게소에서 기자들과 만나선 윤 후보의 지역 행보에 대해 “딱 떠오르는 것이 있다. 지역탐방은 사실 많은 분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데 (윤 후보가) 어디 가서 사진만 찍고 가셨다고 지금 말들이 많더라”라고 전했다. 윤 후보가 전날 강원 18개 시·군 번영회장 간담회에서 10여분 만에 자리를 뜨며 구설에 오른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여론 전문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TK 강행군이 관심을 높이는 데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특정 지역에 과하게 집중하면 2030이나 여성 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연령대에선 표심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