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 안에서 차량 거북이 걸음"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6927m)은 주차장과 같았다. 전국에서 몰려온 자동차 행렬은 해저터널과 연결된 원산도와 안면도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안면도 영목항 등은 관광객으로 북새통이었다.
지난 11일 낮 12시쯤 차를 몰고 보령해저터널을 찾았다. 지난 1일 개통 후 두 번째 맞는 주말이었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 해저터널 입구부터 차가 몰려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해저터널 중간 지점인 해저 80m지점에서는 시속 10~20㎞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원산도 쪽 터널 출구로 빠져나오기까지 15분 정도 걸렸다. 규정 속도인 70㎞로 달릴 때 걸리는 시간(5분)보다 3배 정도 더 걸린 셈이다.
원산도 방향 터널을 빠져나와 섬을 관통해 안면도 영목항까지 도로는 정체가 극심했다. 안면도 방향 국도 77호가 편도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줄어 병목현상까지 빚어졌다. 해저터널 입구에서 원산도~원산안면대교를 거쳐 영목항에 도착하는 데 36분이 소요됐다. 차가 밀리지 않으면 10분이면 주파하는 거리다. 보령시 관계자는 “해저터널 개통 이후 몰려드는 차가 워낙 많아 해저터널서 안면도까지 도로가 주차장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4일 해저터널을 통과한 차는 2만5000대 이상이었다.
영목항 횟집과 카페는 발 디딜 틈없어
태안군 영목항에 있는 횟집과 카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곳곳에는 관광버스와 교회 버스에서 단체로 내려 음식점으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영목항 음식점인 신진수산회센터에 들어갔더니 좌석 60여석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 주인은 “보령해저터널 개통 이후 손님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일손이 달리는데 종업원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산안면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카페 주자창은 공간이 없어 잠시후 차를 돌려 나와야 했다. 이곳 주인은 “보령해저터널 완전 개통 이후 고객이 3~4배 증가했다”고 했다. 카페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보령해저터널 개통 현장을 보기 위해 경기도에서 왔다”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어묵 등을 파는 잡상인도 몰렸다. 영목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꽃지해수욕장 등에도 인파로 붐볐다. 태안군 관계자는 “안면도 겨울 해수욕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대천해수욕장 방문객 50%이상 증가
이런 현상은 원산도 등 보령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보령시에 따르면 개통 전 주말 7만6700여명이 찾은 대천해수욕장은 개통 후 주말 11만4700여명이 찾아, 50%이상 증가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원산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문을 연 카페나 음식점도 눈에 띄었다. 오래된 원산도 농협창고를 카페와 지역 농산물 판매장으로 개조해 지난달 25일 영업을 시작한 '원산창고' 대표는 "터널 개통 이후 손님이 늘어나고 있는데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11년만에 완공
보령해저터널은 국도 77호선 태안-보령 연결도로(총 14.4㎞)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1공구인 대천항~원산도 사이 6.9㎞는 다리 대신 터널로 건설했다. 2공구인 원산도에서 태안군 영목항까지 1.8㎞ 구간은 다리를 놓았다. 이 다리(원산안면대교)는 2019년 12월 개통했다. 나머지 5.4㎞는 도로와 연결된 구간이다. 해저터널은 2010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11년 만에 완공했다.
꽃지해수욕장에는 '인생샷' 포토존
보령시와 태안군은 관광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보령시는 원산도에서 삽시도까지 3.9㎞구간에 해양관광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민간 자본 1000억원을 유치해 2025년까지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원산도에는 복합마리나항과 해양레포츠 체험장 등을 만들고, 원산도에서 고대도까지 1.9㎞ 구간에는 구름다리도 건설한다.
태안군은 영목항에 높이 51m인 전망대를 만들고 있다. 또 해넘이 명소인 꽃지해수욕장에는 포토존(인피니티 스튜디오)을 설치하고, 꽃지해안공원을 조성중이다. 이와 함께 충남도는 대규모 안면도 관광개발사업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