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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로 되돌아가다』 『마이너 필링스』…놓치면 아까워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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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20면

[2021 출판 결산] 올해 트렌드·놓친 책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구성한다면, 우리가 읽은 책은 우리 마음을 형성한다. 올 한해 우리는 어떤 책을 읽었나. 한국사회는 어떤 책에 반응했나. 올해 출판시장을 결산하고,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보석 같은 책, 연말연시 읽으면 좋을 책들을 살펴봤다.

교보문고는 올해 하루 평균 324종꼴로 신간이 입고됐다고 밝혔다. 무척 많다는 뜻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이 놓치면 아까운 책인지, 무척 알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단순히 곱셈하면 한해 11만 종이 훌쩍 넘어버리니(11만 종이 모두 일반 단행본은 아니다) 쏟아지는 좋은 책들을 모두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교보문고의 ‘올해의 책’ 이벤트는 그래서 눈길이 간다. 작가·출판인·서점 직원 41명에게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한 권씩을 추천받았다. 읽고 쓰고 무게를 다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세 종이 중복 추천돼 모두 38종이 선정됐다. 이달 말까지 교보문고 전국 16개 매장에서 별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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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출판인 41명이 추천한 올해의 책

저자·출판인 41명이 추천한 올해의 책

38종 가운데는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도,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대부분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만큼 많이 팔린 책들은 아니다. 감각은 젊은 것 같다. 젊은 세대가 선택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유시민·문유석 등 기성세대도 끼어있지만, 출판시장의 주력 독자층인 MZ 세대를 염두에 두고 발랄한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의뢰해서다. 어쨌거나 훑어보니 믿음이 가는 목록이다.

랭스로 되돌아가다

랭스로 되돌아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 같은 책은 진득하게 통독하고 싶다. 번역 덕도 있을 텐데 산문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단순히 문체로 승부하는 책이 아니다. 뼈도 들어 있다. 성소수자인 저자는 공부에서도 커리어에서도 지지부진하던 차에 “사회적 필연성과 무모한 결정의 조합이 만들어낸 존재의 우연에 의해 동시대 사상계의 거물들과 교류하게” 된다. 교보문고 박정남 마케터의 추천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식인들의 자아분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봐도 좋겠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공연예술 평론가 목정원씨와 그가 쓴 산문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아침달)은 어쩐지 전혜린·슈바빙, 이런 고유명사들을 연상시킨다. 이국 체험, 한계 상황 같은 것들이 언급돼서인 것 같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단단히 하고 돌아온 저자가 ‘확증적 발화’와 ‘수행적 발화’의 차이를 논하는 표제 산문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읽다가 저자를 다시 보게 됐다.

전국축제자랑

전국축제자랑

김혼비를 몰랐던 사람들은 『전국축제자랑』(민음사)을 읽는 것으로 반성의 계기를 삼으면 어떨까 싶다. 남편과 같이 쓴 지역 축제 탐방기는 진지해서 지루한 반대편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서너 쪽마다 낄낄거렸다. 그러면서도 끈적끈적하고 투박한 ‘K스러움’을 복원했다.

쌀, 재난, 국가

쌀, 재난, 국가

마이너 필링스

마이너 필링스

사이보그가 되다

사이보그가 되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

있지만 없는 아이들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와 『마이너 필링스』(마티) 같은 책이야말로 올해의 인문서로 꼽고 싶은 책들이다. 특히 『마이너 필링스』는 BTS·봉준호에 열광하는 미국사회 이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실제로 어떤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지를 명징한 논리와 강렬한 문장으로 까발린 고발장이다.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와 『있지만 없는 아이들』(창비) 역시 무게감 있는 책들이다. 각각 장애인과 미등록 이주 아동이 맞닥뜨리는 표준·정상성의 사각지대를 들췄다.

날마다 만우절

날마다 만우절

윤성희의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창비)은 바짝 긴장하고 아껴 읽게 되는 책이다. 소설가 박상영이 이런 추천사를 썼다. “소설 속 모든 문장에 ‘인생’이라는 이름의 결정이 녹아들어 있었다.”

K를 생각한다

K를 생각한다

『K를 생각한다』(사이드웨이)는 1994년생 저자의 패기가 돋보여 화제가 됐던 책이다. 대학에서 서아시아 및 중동 지역학을 공부하는 저자가 90년대생과 386에 대한 세대 담론, 민족주의 같은 거대 주제 공략에 나선다.

긴긴밤

긴긴밤

어른 동화 『긴긴밤』(문학동네)은 중복 추천받은 책이다. SF 작가 김초엽이 “삶은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 우리를 견디게 하는 반짝이는 관계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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