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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헝다 디폴트 충격에 유가 급락…글로벌 증시는 관망세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에 한 거리에 헝다그룹이 만든 상업 광고판이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에 한 거리에 헝다그룹이 만든 상업 광고판이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대형 부동산업체 헝다(恒大)그룹의 ‘디폴트 공식화’ 에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다만 글로벌 증시는 일단 큰 충격없이 지나가는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채무불이행)’ 등급으로 강등했다. 헝다와 채권 보유인이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헝다의 디폴트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96% 하락한 배럴당 70.94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2.37% 내린 배럴당 74.02달러에 장을 마쳤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애널리스트는 미 CNBC 방송에 “(헝다의 디폴트는) 중국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심화해 세계 최대 원유 고객인 중국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가격도 떨어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0일(한국시간)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7930달러로 24시간 전보다 3.10%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4069달러로 24시간 전보다 6.82% 하락했다. 코인데스크는 “(가격하락은) 피치가 헝다 그룹의 신용 등급을 강등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시황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시황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반면 글로벌 증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 10일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0.64%, 일본 닛케이지수가 1%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0.23%, 홍콩 항셍지수는 0.95% 각각 하락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도 다우지수(0%)와 S&P500(0.72%)은 변동이 거의 없었고, 나스닥만 1.71% 하락했다.

여기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에 대한 '질서있는 디폴트'를 유도할 것이란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가 9일 “시장 주도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히며 헝다 그룹을 정부가 나서 구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파장이 다른 곳으로 퍼지는 건 막으려는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NBC는 “헝다의 ‘디폴트’ 가능성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며 “여전히 중국 정부가 이 사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에 급락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1조2000억 위안(약 223조원)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적극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뜻도 내비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는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들의 경우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을 내놨다”며 “헝다그룹의 채무 구조조정도 광둥성 지방정부 관리하에 진행되는 등 부동산 업계에 퇴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헝다그룹의 천문학적 규모의 빚은 언제든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뇌관이다. 헝다그룹의 총 채무액은 올해 6월 기준으로 3000억 달러(약 354조원)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기업인 헝다의 붕괴로 관련 업체도 돈을 못 받을 위기에 처했다”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고용과 지출이 줄어 중국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헝다그룹이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헝다그룹이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업계의 줄도산 우려도 여전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회사가 발행한 역외 채권 중 내년 상환이 예정된 규모는 약 400억 달러(약 47조 원)다. 역내 채권도 1650억 위안(약 30조4000억원)에 이른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부동산 회사 중 약 30%의 신용 등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외 투자자들이 더 이상 중국 부동산 채권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아 역외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악화와 디폴트 발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부동산 투자 둔화세가 이어지면 중국 경제 전체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이 헝다 문제 처리를 포함한 정책 운용에서 실책을 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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