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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10년 간병한 아내 살인자 됐다...그날 둘만의 방서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사진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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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10년째 홀로 거동이 불가능한 남편과 그런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 간호를 해온 아내. 지난 2017년 두 사람만 있던 방에서 남편이 사망했다. 부검 결과 남편의 사인은 ‘불명’이었지만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10년 간병…사망 전 새벽기도 문제로 다퉈

10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은 A씨(사망 당시 60세)는 혼자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갈 수 없어 아내의 간병을 받아왔다. 목사인 아내 B씨는 그해 4월부터 일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한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남편은 아내에게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씩 새벽 기도를 함께 하자고 강권했고, B씨는 점점 지쳐갔다.

사건은 2017년 12월 중순 발생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기도 문제로 A씨와 B씨가 말다툼을 하던 중 B씨가 격분해 A씨의 목을 졸랐고, 의식을 잃은 A씨의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아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B씨는 이런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B씨는 사건 당일 남편을 불러도 대답이 없고 손끝이 차갑게 변하기에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B씨였다. B씨는 119대원의 지시에 따라 응급조치를 했고, 당시 출동한 119대원과 경찰은 집에서 별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부검 결과였다. A씨 부검 결과 목 부위에 손톱자국으로 추정되는 다수 자국이 있었다. 목 안쪽에도 작은 부위 출혈과 골절이 있었다. 얼굴에도 광대 아래쪽과 볼 부분에 다수 손톱자국이, 양볼 안쪽 점막에 점막하출혈과 눌린 자국 등이 발견됐다. 부검의는 손으로 목을 조르거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사인은 ‘불명’이라고 의견을 냈다.

1심 “합리적 의심 없이증명 안 돼, 무죄”

1심은 이 결과를 두고 “공소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A씨 목 부위 골절과 부상이 사망 당일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소견과 B씨가 남편 사망 직후 직접 119와 경찰에 신고하고 응급조치를 취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부부의 아들이 “아버지의 상태는 사고 후 4~5년쯤부터는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 “살해 외 다른 사망 가능성 매우 낮다”

반면 항소심은 B씨의 살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던 A씨가 사망할 가능성을 다섯 가지로 보고 질병사나 사고사, 자살, 아내에 의한 타살, 제3자에 의한 살해 중 아내의 범행 외 다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먼저 A씨에게서 사인이 될만한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식도에 소량의 죽이 있었지만, 기도를 막을 정도는 아니어서 사고로 인한 질식사의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스스로 움직이기도 힘든 A씨가 자살을 한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A씨 사망 당일 집에는 외부인이 다녀간 적도 없었다.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이었지만 부검의는 목 졸림 사망이나 코ㆍ입막음 질식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소견도 냈다.

항소심은 B씨가 A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다음 코와 입을 막아 사망케 했다고 보고 B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B씨가 10년 동안 A씨를 꾸준히 병간호해온 점, 간병 문제로 A씨가 일을 그만두고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 등을 겪어야 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 이는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인 4~6년을 밑도는 형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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