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르포] 국내 첫 재택치료자 응급센터 가보니...시설 갖췄지만 인력부족 심각

중앙일보

입력

“68세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인데 갑자기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해 이송됐어요.”
“앰부백(수동 인공호흡기)을 계속 짜세요. 제가 침대를 잡고 밀게요. 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하죠.”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시 중랑구 서울의료원 재택치료자 응급센터. 모의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전신 방호복 을 입은 의료진이 구급차에서 가상의 환자가 누운 이동식 병상을 끌고 나와 황급히 응급실 안쪽으로 옮겼다. 훈련에 나선 의료진들은 각자의 동선·역할을 꼼꼼히 확인했다.

“환자 이동까지 잠시 대기합니다. CAG실(관상동맥조영술실)에서 연락 왔습니다. (잠시후) 다시 연락 왔습니다. 환자 이동합니다.”

다른 쪽에선 재택치료 중 심장정지가 와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거나, 급격하게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은 응급환자 대응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이뤄졌다. 단순 처치부터 응급실→중환자실 전원, 사망 환자 등도 포함됐다.

재택치료자 응급센터 14일부터 운영예정 

재택치료자 응급센터는 오는 14일 문을 연다. 재택치료 도중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골절 등 여러 응급상황을 대비해 만들었다. 국내 처음이다. 코로나19 재택치료자 외 일반 응급환자는 받지 않는다.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우선 응급실 10개 병상, 중환자실 10개 병상이 운영된다.

박현경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대응의 최일선인 전담병원으로 운영해왔다”며 “의료진이 훈련된 데다, (음압·환기)설비 등도 갖춰 재택치료 응급센터로의 전환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8일 서울의료원 재택치료 응급센터 지하 1층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 발생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8일 서울의료원 재택치료 응급센터 지하 1층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 발생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부족한 인력 

시설은 최고로 갖췄지만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 원래 응급센터는 50병상 규모인데, 인력 부족으로 20병상만 운영된다. 이마저도 필요인력을 본원에서 끌어와 겨우 맞췄다고 한다. 작년에 갓 졸업한 간호사를 일부 추가 채용해 배치하기도 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초기부터 2년 가까이 전담병원으로 최일선에서 대응해왔다. 코로나19와의 전투를 이어온 의료진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8일 재택치료 응급센터 건물 2층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의료 기기 작동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다. 최서인 기자

8일 재택치료 응급센터 건물 2층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의료 기기 작동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다. 최서인 기자

코로나19 의료진의 업무 강도는 살인적이다. 외부 감염을 막으려 레벨D 방호복을 입는 데 체력소모가 크다. 방호복 안에선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익명을 요청한 간호사는 “매번 ‘내일 사직해야지’ 생각 뿐이다”며 “레벨D 방호복을 입으면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못 간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데엔 (일반 환자보다) 몇 배 힘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모른다는 현실이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재택치료 환자를 위한 응급센터가 필요하니) 어떻게든 겨우겨우 외형은 갖췄지만 이걸 채울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공공기관이니까 감수하고 해야지’하고 버티다 올해 특히 인력 이탈이 많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