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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대로면 청소년 40% 감염, 접종 또는 자연감염 선택의 길"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장기적으로 소아·청소년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며 접종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청소년 방역 패스에 대해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학원 등 방역패스 논란 잇따르자 "개선안 마련" 조정 여지

9일 오후 질병관리청은 소아·청소년 접종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 측에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이 전문가로는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미접종군 25배 위험 높아, 청소년 접종 강력 권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소년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 따라 접종 이득이 명확해졌다는 게 설명회의 주된 내용이었다. 정은경 청장은 “최근 4주간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는 성인(167.3명)보다 소아·청소년(210.1명) 연령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며 “ 확진자가 늘며 소아·청소년의 중증 위험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2~17세 청소년은 7일까지 누적 2만9033명이 확진됐는데 이 가운데 4946명(17%)이 입원했고 특히 위중증 환자 11명(11월 27일 기준)은 모두 미접종자였다고도 설명했다. 정 청장은 “매우 드물지만 다기관염증증후군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다”며 “현재까지 총 11명이 확인되고 있다”라고 했다.

정 청장은 “12~17세의 예방접종 효과를 분석한 결과, 미접종군의 발생률은 2차 접종완료군의 25배 높았다”며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예방 효과는 96.1%, 위중증·사망예방 효과는 100%였다”고 말했다. 또 “당뇨·비만을 포함한 내분비질환, 만성 신장 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진행 위험도가 2배, 사망 위험도는 약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정 청장은 “접종의 이득이 명확히 확인되고 있다. 청소년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85만명 감염 예방, 심근염 200건 안팎 예상”

12~17세 접종 이득과 위험을 비교한 데이터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유행 상황을 낮음, 평균, 높음 등 3 단계로 나눠 감염, 중증화 예방 효과 등을 산출했는데 발생률이 높은 유행 상황에서 소아·청소년의 누적 감염자는 106만6000명(38.2%)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85만3000명이 감염예방 효과, 36만8000명이 중증화예방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연령별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령별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접종 부작용인 심근염은 182.8~225.6건 발생하고 이 가운데 중환자실 입원은 1.8~2.3건 정도일 것으로 예측됐다. 정재훈 교수는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유입되고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유행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양상이 됐다”며 “높은 발생률 정도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40%가 감염되는 상황이라면 감염 예방 효과가 분명히 발생할 수 있고 부수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접종 완료 고3서 심근·심낭염 23건 확인

당국에 따르면 12~17세 접종자의 이상 반응 신고율은 10만명당 277.9건(0.28%)으로 성인(365.1건, 0.37%)보다 낮다. 97.9%는 일반 이상 반응이며, 아나필락시스는 12건(10만 접종당 0.55건) 발생했다. 심근염, 심낭염은 이 연령대에서 27건 신고됐는데 8건을 조사한 결과 5명(10만 접종당 0.2건)이 일단 진단됐으며 회복 상태에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90만8101명이 접종을 이미 완료한 18세에선 총 41건의 심근염, 심낭염 의심 사례가 있었고 23건(10만 접종당 2.53건)이 확인됐는데 모두 회복한 상태라고도 했다.

일각서 제기된 급성 백혈병 우려와 관련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급성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보고는 전혀 없었다”며 “한 번 맞는 백신이 급성 백혈병을 유발할 정도의 혈구에서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설명회가 생중계되는 유튜브 채팅방에선 학부모들의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 한 학부모는 “부작용 인과성 검증, 보상에 대한 정확한 정책부터 세우고 접종을 독려해야지, 부작용 생기면 보상도 없고 무책임하게 무조건 관련 없다고 하면서 책임 회피하는데 누가 믿음이 가겠냐”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감염보다 백신 후유증이 더 심각하다는 전문가 의견 역시 많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 하기 위해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왼쪽),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가운데)와 함께 브리핑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 하기 위해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왼쪽),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가운데)와 함께 브리핑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청소년 접종 강제화 논란에 정 청장은 “우리나라 접종은 모두 본인 동의 기반으로 진행한다. 접종을 의무화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대부분의 학생이 학원에 다니는데 백신 패스가 강제가 아니라면 누가 납득하겠냐”고 반문했다. “인권 침해”라며 “백신 자율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자연감염 합병증 더 위험”

정 청장은 “처음 12~18세 접종을 시작할 때와 현재 상황이 많이 변경됐다”며 “그런 상황을 반영해 접종 권고 수준을 더 강력하게 적극 권고하는 것으로 입장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강요라기보다 간곡한 부탁 정도로 이해해달라”며 “접종으로 생기는 피해보다 이익이 명백하게 크다는 것을 개인 건강 관점에서 이해했을 때 전문가들도 납득할 만큼의 결과가 나와 권고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 청장은 “유행이 장기화할 경우 접종을 받아서 면역을 받거나, 자연감염이 돼서 면역을 받거나 두 가지 선택의 길”이라며 “자연감염 이후에 생기는 많은 합병증과 위중증이 백신으로 인한 이상 반응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더 우려된다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접종을 받아주실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이재갑 교수는 세 자녀(14,15,17세)의 접종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심근염이 많다고 하는 그 연령대의 아들만 셋인 집의 아빠인데 3명 다 예방접종을 했다”라며 “백신은 안전하고, 우리 아이들이 어디를 다니더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마음 때문에 접종시켰다. 공감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은경 청장은 학부모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한발 물러서 청소년 방역 패스의 정책적 조정 여지도 남겼다. 정 청장은 “학생과 학부모,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부분과 개선점을 반영하고, 불안과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시행과정에서 시기나 예외자 범위, 인정 방식 등을 더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비슷한 입장을 박혔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논란을 잘 알고 있다”며 “당정이 형평성 있게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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