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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납품 8곳, 10년간 2.8조 알루미늄값 담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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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자동차용 알루미늄 합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 여덟 곳이 지난 10년간 낙찰 가격을 담합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입찰의 계약금액을 모두 더하면 2조7700억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현대차의 1차 협력사 여덟 곳에 과징금 합계 206억7100만원을 부과했다고 8일 밝혔다. 업체명은 알테크노메탈·세진메탈·한융금속·동남·우신금속·삼보산업·한국내화·다원알로이다. 이들은 자동차 엔진이나 변속기 케이스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알루미늄 합금을 납품한다.

해당 업체들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현대차·기아·현대트랜시스의 입찰에 참여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입찰 전날 호텔 등에서 모여 최저가로 얼마를 써낼지, 업체끼리 납품 물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상세히 협의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10년간 22차례에 걸쳐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검찰은 2017년 해당 업체들을 입찰 방해죄로 기소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은 한동안 담합 행위를 중단했다가 2019년 9월 재개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자동차용 알루미늄 합금 입찰에는 현대차의 제품 시험을 통과한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다른 업체는 입찰 참여조차 불가능한 구조였다.

공정위는 현대차와 입찰 제도 개선 방안도 협의했다. 현대차가 입찰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또다시 담합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납품 가격에 포함했던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하기로 했다. 협력사들이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는 최소 15%의 납품 물량을 보장하기로 했다.

알루미늄 합금 제품은 용해로에 원재료를 녹여서 만든다. 만일 공장 가동을 멈추면 용해로를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 생산원가에서 원재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판매처를 꾸준히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공정위는 이런 제품의 특성이 담합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현대차의 입찰 제도도 독특했다. 복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뒤 입찰 최저가격을 모든 업체에 공통으로 적용했다. 현대차 공장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운송비용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최저가에 맞춰 납품하면 멀리 있는 협력업체는 운송비용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2% 안팎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2조원대의 입찰 담합 규모에 비해 과징금을 낮게 책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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