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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야구도 ‘이·강’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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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을 받은 강백호. [사진 일간스포츠]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을 받은 강백호. [사진 일간스포츠]

프로야구 KT 위즈 간판타자 강백호(22)가 8일 열린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일간스포츠와 공동 제정)’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대상을 받았다. 그는 “언젠가 꼭 대상을 받고 싶었다. 한 번 더 받고 싶다”며 어깨를 폈다.

강백호

강백호

강백호는 정규시즌 타율 0.347(3위), 102타점(2위), 출루율 0.450(2위)을 기록했다. 10월 31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 결승타를 치며 KT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500을 기록하며 통합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최고 타자상을 받은 이정후. [사진 일간스포츠]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최고 타자상을 받은 이정후. [사진 일간스포츠]

또 다른 주인공은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다. 두 선수는 연말 시상식 트로피를 번갈아 들어올리며 ‘겨울 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정후는 정규시즌 타율 0.360을 기록, 데뷔 처음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아버지 이종범(1994년·타율 0.393)과 함께 세계 최초의 ‘부자(父子)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정후

이정후

이정후는 지난 1일 열린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와 2일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같은 날 강백호는 ‘2021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이정후는 6일 ‘동아스포츠대상’에서 다시 한번 2021년 최고 선수로 뽑혔다. 언론사 마지막 시상식인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의 주인공은 강백호였다.

이정후는 2017년, 강백호는 2018년 KBO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나란히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둘의 라이벌전은 올 시즌 타격왕을 놓고 더 뜨거워졌다. 강백호가 82경기 연속 4할 타율을 유지하며 앞서갔지만, 이정후가 9~10월 40경기에서 타율 0.383을 기록하며 역전했다.

둘의 경쟁이 가장 뜨거웠던 10월 강백호는 “정후 형이 신인 때부터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덕에 이듬해 프로에 입단한 나도 많은 기회를 얻었다. 정후 형은 존경하는 선배”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백호가 자신이 설정한 존에 오는 공만 노리더라. (내가) 타격왕을 차지하고 싶지만, 시즌 최우수선수(MVP)는 백호가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지난달 29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겨울 야구’를 시작했다. MVP는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차지했고, 이정후와 강백호는 각각 2·3위에 올랐다. MVP 투표에서 25세 이하 선수들이 2·3위에 오른 건 2010년 류현진·김광현 이후 11년 만이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까지 ‘나보다 월등한 선수’라고 생각한 백호와 경쟁할 수 있어서 놀랍다”라며 강백호를 치켜세웠다.

둘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이정후는 강백호가 한국시리즈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받았다. 그는 “올해 통합 우승을 보며 백호가 부러운 마음이 생긴 건 사실이다. 프로 선수는 우승을 위해 달린다. 올해보다 더 좋은 기량으로 팀에 더 기여하고 싶다”라고 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이정후는 강백호에게 가장 먼저 축하를 보냈다.

강백호도 만족하지 않는다. ‘2강’이 아닌 ‘1강’이 되고 싶어 한다. 강백호는 “미란다 선수와 정후 형 모두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난 기량이 만개한 선수가 아니다. 아직 성장 중이다. 올해도 많이 배웠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퍼포먼스로 시상식 대상을 휩쓸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선수는 벌써 202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몸을 만들고 있다. 시상식에선 경쟁하지만, 사석에서는 함께 운동한다. 강백호는 “시간을 맞추기 어렵지만, 정후 형 집 근처로 거처를 잠시 옮겼다. 종종 만나서 야구 얘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프로야구 ‘이·강’ 시대가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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