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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사일방어망 강화에 韓 압박…"요격 체계 통합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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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이 북한ㆍ중국ㆍ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 대항해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미 본토 방어를 위해 알래스카에 신형 장거리 레이더를 설치하는 한편, 한반도와 대만의 유사 상황에 대비하는 주일미군의 통합 공중 미사일 방어(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ㆍIAMD) 역량을 끌어올릴 태세다.

IAMD는 지상ㆍ해상ㆍ공중ㆍ우주의 모든 자산을 동원해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 등을 탐지ㆍ추적해 원거리에서 요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본과는 한 몸처럼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면서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지향하는 한국에 IAMD 편입을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6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설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래픽은 아시아 대륙에서 미 본토를 행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LRDR로 탐지·추적해 요격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유튜브 캡처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6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설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래픽은 아시아 대륙에서 미 본토를 행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LRDR로 탐지·추적해 요격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유튜브 캡처

조엘 보웰 주일미육군사령관은 7일(현지시간) 미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원이 주최한 연례 포럼 ‘2020년 전망회의’에 참석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주일미군의 IAM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그는 “(북ㆍ중ㆍ러가) 미국을 인도ㆍ태평양 북부 지역에서 배제하거나 역내 미군과 자위대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며 “이런 위협에 대한 미국의 방어 역량이 현재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일미군은 아시아 대륙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탐지ㆍ추적ㆍ요격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 포대를 갖고 있다”며 “(미 해군과 유사한 이지스함 요격 체계를 갖춘) 일본도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통합된 IAMD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보웰 사령관은 “이런 IAM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 10여년간 북한이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로 역내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에 대해 어떤 억지력이 필요한지 더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날인 6일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알래스카에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023년에 본격 가동하면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ICBM을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단계에서 미 본토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GBI)로 요격할 수 있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 시험하기 위해 2019년 3월 25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한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GBI). UPI=연합뉴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 시험하기 위해 2019년 3월 25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한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GBI). UPI=연합뉴스

미국의 IAMD 구상은 그 특성상 미사일을 탐지ㆍ추적ㆍ요격할 수 있는 자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일본은 이런 미국의 구상에 동참하고 있지만, KAMD 구축을 내세운 한국군은 독자적인 탐지ㆍ추적ㆍ요격 자산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PAC과 별도로 지대공 미사일 ‘천궁’을 개발하고, 현재 충청권에만 2기가 배치된 그린파인 레이더를 부산과 전남에 각 1기씩 추가 설치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미ㆍ중 전략 경쟁이 과열하면서 한국이 마냥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망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에 IAMD 편입을 압박할 것이란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당시보다 중국의 반발이 더욱 클 것”이라며 “미사일을 탐지·추적하기 위한 한ㆍ미 간 레이더망은 사실상 상당 부분 통합이 돼 있지만, 요격 체계까지 통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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