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반전…"치매 발병률 69% 낮췄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7 09:06

업데이트 2021.12.07 09:10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사진=화이자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사진=화이자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클리블랜드병원 게놈의학연구소의 페이슝 쳉 박사 연구진은 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에 "대규모 인체 정보와 진료 기록 분석을 통해 실데나필 성분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쓸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실데나필은 비아그라와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레바티오의 약효 성분으로,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다.

클리블랜드병원 연구진은 실데나필을 복용한 미국인 700만명 이상의 6년 치 진료 기록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복용자는 다른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69%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다른 고혈압, 당뇨병 치료제 복용 그룹보다도 55~63% 낮았다.

연구진은 또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 작용하는 약물을 찾았다. 연구진은 치료제로 효과가 있으려면 두 단백질 모두에 작용하는 약물이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먼저 인간 유전자 해독 정보와 35만1444가지 단백질 상호작용 지도를 토대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동시에 작용하는 인체 부위를 찾았다.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치료제 1608종을 대상으로 컴퓨터에서 두 단백질이 겹치는 곳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았다. 컴퓨터 가상 실험 결과 심혈관계 치료제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4종의 심혈관계 치료제 중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효과가 제일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장 유안 박사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의학이 기존 치료제를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복합 질환과 연결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데나필 성분을 복용한 사람 중 여성은 2%에 그쳐 인구 전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남녀 모두가 참여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실데나필의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를 확인하겠다"며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병) 같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연구진은 이미 치료제로 허가받아 안전성이 확인된 비아그라를 다른 질병 치료제로 추가 개발하는 '신약 재창출'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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