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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소나무집<서울성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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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람들이 늘 찾는 단골식당에는 무릇 맛과 멋이 있게 마련이다.
철따라 메뉴를 바꿔 미각을 자극할 수도 있겠고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 주인의 친절이 발길을 끊지 못하게 하는 매력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담없이 요기할 수 있은 단골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점심때마다 망설이는 직장인들의 삶에 적잖은 윤기를 더해준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싼값에 맛까지 느끼면서 점심을 할 수 있는 데다 저녁엔 친구·동료들과 함께 한 잔 술로 회포나 스트레스를 푸는 만남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단골집은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낮에는 단돈 2천원으로 구수한 된장찌개를, 저녁때는 물먹지 않은 한우고기를 즐길 수 있는 「옛날 소나무집」((470)1703)은 5년째 단골집이다.
직장동료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이곳의 된장찌개는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 줄 정도로 내 구미에 딱 맞다.
멸치대신 등심에서 나오는 기름을 떼어 넣고 숭숭 선 풋고추와 파·호박에다 다진 마늘과 버섯을 석어 끓인 된장찌개에는 조미료도 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이 간 사람 중에 멸치·조미료를 넣어주도록 부탁하는 손님이 있으면 군말 없이 음식맛을 바꿔 내오기도 한다.
점심을 염가봉사(?)하는데 비해 저녁때의 고기값은 다른 곳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예부터 쇠고기맛은 한우중에서도 황소를 으뜸으로 친다고 했다. 어린 암소고기는 살살 녹는 듯 연하긴 해도 맛이 싱거운 반면 황소고기는 씹을 수록 고소하고 연하다.
14년 전통의 이 집 쇠고기로 말하자면 얼마 전 문제됐던 「물먹인 소」가 아니라는 것쯤은 주인의 자랑이 아니더라도 조리될 때 웬만한 사람이면 짐작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1인분에 8천5백원씩하는 등심·아롱사태·차돌박이는 모두 「한국의 맛」을 제대로 낸다고나 표현할까. 아무튼 연하고 고소한 맛은 씹을 수록 더해진다.
고기와 곁들이는 파무침도 고춧가루를 넣어 싱싱하게 보이는 다른 식당과 달리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째로 버무려 독특하다.
사골을 푹 곤 육수에 양념을 치고 동치미를 넣어 만든 냉면도 내가 즐겨 찾는 별미의 하나다.
몬도가네음식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이집 소등골한접시(1만2천원)는 스태미너를 보충해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단골이었고 구레나룻이 멋있는 황필호교수(동국대 철학과)등 맛을 즐기는 풍류객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동구청 옆 영암병원 맞은 편 골목에 위치해 있다.
한상욱<환경처평가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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