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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자나?"…'11일째 무소식' 용인 탈출 곰 어디 숨었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2일 반달가슴곰이 탈출한 경기도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5마리가 탈출해 3마리는 잡혔으나 나머지 2마리는 발견되지 않아 지자체 당국과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 추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반달가슴곰이 탈출한 경기도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5마리가 탈출해 3마리는 잡혔으나 나머지 2마리는 발견되지 않아 지자체 당국과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 추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곰 사육 농가를 탈출한 곰 1마리의 행적이 11일째 오리무중이다. 관계 당국은 사라진 곰을 생포하기 위해 수색 범위를 늘리고 드론 등을 동원하는 등 곰의 흔적을 찾고 있다.

곰 찾아 삼만리 11일째…어디에 있나

용인시는 탈출한 곰 중 포획하지 못한 남은 1마리를 생포하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전날 용인시와 한강유역환경청, 국립공원공단 등 55명이 투입돼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이날 다시 소수의 포획단이 2인 1조로 짝을 이뤄 추적하고 있다.
그동안은 사육장 인근 야산 등 2~3㎞ 반경을 중심으로 수색했지만 곰의 흔적을 찾지 못하자 사육장 주변 반경 6㎞ 임야로 수색범위를 확대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그동안 곰이 다닐 것으로 추정되는 길목에 트랩과 동작 감지 카메라 등을 설치해 관찰했는데 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수색 범위를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면 천리·묵리, 운학동 와우정사, 양지면 송문리 일대 등이다.

그러나 용인시 등은 곰이 수십㎞ 이상 멀리 달아나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생곰의 경우 번식기엔 짝을 찾아 멀리 이동하긴 하지만 대부분 영역권에 머문다. 사육장 안에서 생활한 사육곰은 행동반경이 더 좁다. 실제로 이 곰과 함께 탈출했던 곰 4마리도 모두 사육농가 1㎞ 이내에서 포획·사살됐다.

겨울잠 주장에 전문가들 “먹이가 있으면 동면 안 해”

달아난 곰의 행방이 열흘째 파악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동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생곰의 경우 11월부터 1월 사이에 겨울잠을 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육곰 특성상 동면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물 전문가는 “곰은 원래 추위에 강한 동물인데 겨울철은 먹이가 없기 때문에 동면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사육곰이나 동물원의 곰은 일정 시간마다 먹이를 먹기 때문에 동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용인시 관계자도 “곰이 동면하려면 그 전에 막대한 영양소를 축적하고 장소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육곰 특성상 홀로 동면을 준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 탈출한 농장. 연합뉴스

반달가슴곰 탈출한 농장. 연합뉴스

용인시는 굶주린 곰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거나 위협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을 대비해 인근 농가와 초등학교, 골프장 주변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순찰을 벌이고 있다. 사살보다는 생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민들 “곰 때문에 무서워서 못 살겠다”

곰이 탈출한 사육농장은 지난 7월에 곰 한 마리가 탈출했다가 사살된 그 농장이다.  2006년 2마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12마리의 곰이 탈출했다. 농장 주인은 지난 7월 곰 탈출 당시 자신의 불법 도축 사실을 숨기려고 1마리가 탈출했음에도 2마리가 탈출했다고 허위 신고했다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됐다. 이후 농장 안에 있던 곰 16마리를 한강유역환경청의 위탁을 받은 야생생물관리협회 용인지부가 관리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에도 곰 5마리가 탈출했다. 생후 3∼4년가량에 몸무게 70∼80㎏ 정도의 새끼들로 2마리는 당일 발견돼 생포됐고 다른 2마리는 탈출 당일과 23일 사살됐다.
주민들은 잦은 곰 탈출에 불안함을 호소했다. “무서워서 밖에 다닐 수가 없다”고 했다.

용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용인시 관계자는 “곰이 다닐 만한 길목에 먹이와 함께 트랩, 카메라 등을 설치하고 드론을 투입해 곰의 이동 경로를 계속 파악하는 중”이라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 주변 등을 철저하게 순찰하고 있다. 만약 곰의 흔적 등을 발견하면 제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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