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이치 수사 매듭 국면…김건희 소환없이 불기소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05: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49)씨가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이번 주 권오수(63·구속)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재판에 넘긴 뒤 이 사건 수사를 잠정 매듭지을 전망이다. 김건희씨에 대해선 별도의 소환 없이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는 전날 권 회장과 김씨 등 남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처리 방향 등을 논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25일과 지난달 5일 권 회장과 공모해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투자회사 대표 등 3명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엔 2010년 권 회장의 소개로 김씨로부터 10억원이 들어있는 A증권사 계좌를 건네받아 관리한 ‘선수’ 이모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씨를 통해 주가조작의 ‘전주(錢主)’로 참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오른쪽)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진은 윤 후보가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김씨와 함께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오른쪽)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진은 윤 후보가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김씨와 함께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은 그간 구속된 권 회장과 이씨로부터 김씨의 주가조작 관여 여부에 관해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진 못했다고 한다. 권 회장과 이씨가 자신들의 혐의조차 모두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최근 김씨 측에 정식으로 소환 통보를 하지 않고 유선으로 출석 의사를 타진했으나 김씨 측은 자진해서 출석하진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서면조사 등 다른 조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 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떠한 형태의 소환 통보도 온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몸통’ 격인 권 회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5일까지다. 5일이 휴일인 점을 고려하면, 김씨를 소환해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인 3일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물론 인적이 드문 주말을 틈타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권 회장을 기소한 뒤엔 구속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되기 때문에 강제수사 등 수사의 동력을 잃게 돼 형식적인 소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건 핵심 인물의 구속기한이 도래한 뒤에야 출석 의사만 물었다는 건 혐의를 입증할 증거나 진술이 부족하다는 걸 방증한다”며 “이런 상태에서의 소환은 망신주기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지난해 4월 윤 후보의 부인 김씨와 장모 최모(75)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된 사건을 지난해 11월 반부패2부가 넘겨받은 지 1년여가 지나서야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뒤늦게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권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도 포착해 자택·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권 회장의 부인 안모씨도 소환하는 등 여죄를 캐 왔다. 김씨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대한 대기업의 협찬 의혹 수사도 병행해 왔다.

이와 관련, 윤 후보와 김씨 측은 수사 초반부터 “증권계좌를 이씨에게 맡겼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을 뿐”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 경찰 내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주가조작 의혹과 별도로 2012년 권 회장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싸게 사들여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받고 있지만, 김씨 측은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하는 등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란?
권오수(63·구속)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회사 내부의 호재성 정보를 주변에 알려 고객들의 주식 매매를 유도하고 ▶자신의 계좌로 허수 매수 주문을 하는 한편 ▶이른바 ‘선수’를 동원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거나 주가 하락을 막았다는 게 골자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고, ‘선수’로 가담한 나머지 주요 피의자들도 같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기소됐다. 검찰은 권 회장이 이런 방법을 통해 매수하거나 매수를 유도한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1599만여주(약 63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49)씨도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를 겨냥해 대검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후임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도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 보고 없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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