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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클럽' 곽상도 영장 기각…법조계 "총체적 부실수사"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의혹 수사가 벽에 가로막혔다. 검찰이 ‘50억 클럽’에 거명된 인사 중 곽상도(62) 전 무소속 의원에 대해 처음으로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하면서다. 앞서 한 축인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에서 성남시 등 ‘윗선’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등 축소·부실 수사란 비판을 받은 검찰이 다른 한 축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첫 단추부터 부실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곽상도 영장 기각에…“수사 총체적 부실 지적” 

2일 법조계에선 법원이 1일 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곽 전 의원에 대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한 건 “수사팀의 총체적 부실 수사를 따끔히 지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구속의 필요성은 물론 알선수재 범죄의 성립 여부조차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천대유에서 6년간 일했던 곽 전 의원의 아들이 올해 4월 퇴직금 명목 등으로 50억원(세금 등을 제외하면 25억원)을 수령한 건 맞지만 이 돈이 2015년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도록 도와준 대가라는 근거를 대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짚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1~3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 씨의 부탁을 받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도록 도와줬으며 수년 뒤 대가를 요구해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영장에 적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곽 전 의원이 2018년 9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만배 씨를 만났고, 곽 전 의원이 김 씨에게 사업을 도와준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당일 김씨가 음식점에서 결제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곽 전 의원 측은 하지만 같은 날 국정감사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다며 개인 블로그 사진 등을 알리바이로 제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블로그 사진이 사후에 수정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지만, 법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당초 검찰이 곽 전 의원을 단 한 차례 소환조사 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수사 부실만 드러내며 섣부른 영장 청구가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성균관대 동문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를 고리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는 걸 막아줬다고 봤는데, 정작 김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50억 클럽’ 멤버 수사 차질 불가피

검찰이 두 달여 동안 주력했던 곽 전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나머지 ‘50억 클럽’으로 거명된 멤버들에 대한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딸의 대장동 아파트 특혜 분양 및 퇴직금·성과급 약속 의혹을 받는 박영수(69) 전 특별검사와 화천대유 고문을 지내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사건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62) 전 대법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가장 자신감을 보였던 곽 전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라 실제 돈을 수령하지도 않은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대장동 4인방’을 모두 재판에 넘기면서 특혜 의혹 수사를 일단락했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인허가·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윗선’의 개입 여부는 밝히지 못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조차도 “(검찰이) 그 긴 시간 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곽 전 의원은 물론 다른 로비 의혹 연루자에 대한 혐의 입증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의혹이 불거진 뒤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지 않고 뒤늦게 수사에 뛰어든 결과가 부실 수사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초기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52) 씨를 재소환했다. 정 씨는 2013년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며,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와 함께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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