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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네트워크 시대의 도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지난 6주 동안 주말마다 같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간의 공부를 좀 더 많은 분에게 전하지 않겠냐는 말씀에 그중 일부를 동영상 강의로 제공하기로 하고, 디지털 형태로 만드는 일을 처음 시도해 보았습니다. 한 번에 제한된 분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넘어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라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방송인이 아닌지라 카메라만 놓고 하면 아무래도 어색해 보일까 하는 마음에, 또 어차피 차려진 밥상이니 수저 몇 개 놓고 같이 즐기고 싶은 생각에 몇 분을 모셨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꿍꿍이는 누군가에게 직접 새로운 생각의 착점을 만들어 드리는 일을 해 보고픈 욕심도 가슴 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각자가 다른 일을 하시고 계신 분들이 강연을 듣고 싶은 이유를 남겨주신 글까지 살펴보고, 성별과 연령의 다양성까지 고려해서 모셨습니다.

변화가 더욱 빨라진 팬데믹 상황뿐 아니라 그 이전, 이후의 세상 변화를 이해해 볼 수 있는 12개의 주제를 골라 24시간이 넘는 콘텐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토요일마다 오전·오후 합해 다섯 시간이 넘도록 정해진 주제를 놓고 같은 분들에게 전달 드렸습니다. 대학에서 16주 동안 학생들에게 매주 3시간씩 해온 강의는 익숙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대학원까지 다닌 분들을 포함해서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서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각계 전문가와 만난 지난 6주
질문과 토론하며 얻은 깨달음
지식을 공유하는 디지털 세상
함께 공부하는 동반자 중요해

처음 본 날 낯설고 서로 어색한 느낌의 인사를 한 후, 매주 휴일마다 함께 하며 호흡하고 이해하고 소박한 식사를 나누는 과정은 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배경의 삶의 경험과 나름의 관점이 투영되는 잡담에 다른 이들의 삶을 이해해 볼 소중한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행복감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정말 훌륭한 질문과 의견을 전해주신 수강생 여러분들의 혜안에서 나왔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주제와 생소한 방법론으로 세상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세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곳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처음 접한 분들은 그 생경함에 당황해하시는 일을 늘 보아 온지라 길지 않은 기간에 집중된 강연이 사고의 지평을 빠르게 열어드리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회룡기자

김회룡기자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기대를 한껏 넘어설 만큼 훌륭한 청자들은 저보다 더 큰 발견과 관점을 강의의 말미에 주어진 질문의 시간에 나눠 주셨습니다. 6주간 강의가 종료되고 가진 조촐한 뒤풀이에서 더욱 큰 질문과 깨달음을 설명해주시는 것을 통해 저 역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등교육은 산업화 이후의 세대에게 제공된 특권과 같습니다. 이전 세대는 누리지 못했던 지식의 접근성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현생 인류는 그 이전의 누구보다 현명해질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변화가 빠르고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지면서 성장기에 받은 교육의 자산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워진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도 버거운 상황에서 그 변화에 맞추어 현행화하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기도 어렵고, 새로운 사회화를 돕는 시스템 역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하더라도 변화된 사회 속 나의 적응을 위해서라도 배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자동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는 우리가 하던 일을 재빠르게 돕기 시작했고, 그 편리함이 커질수록 그 일을 맡아주시던 분들의 노고가 더는 요구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소수의 분과 함께 실험해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강의를 한 저보다 함께 배우며 서로의 지혜를 나눈 분들 간의 시너지로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새로운 배움을 위한 도반을 얻으신 그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멀리 가려면 혼자 가서는 어렵습니다. 길 위에서 지치거나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얻은 소중한 인연이 각자의 삶의 변화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함께 공부하는 진정한 도반을 얻으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