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험한 일 거부하라”…서울시설공단 ‘작업거부권’ 도입

중앙일보

입력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설공단이 산하 24개 사업장에서 ‘위험작업 거부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2016년 ‘구의역 김군 사건’, 2018년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건’과 같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안전시설, 인력이 충분치 않거나 작업자가 신체 질환이 있는 등 경우 작업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서울교육청도 조례 개정 추진

직원 판단 하에 거부 요청 가능해져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들이 바닥청소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들이 바닥청소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은 지난달 29일부터 위험작업 거부권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시설 점검이나 보수·정비 작업 시 근로자가 위험하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되면, 작업 시작 전이나 작업 중이라도 하던 일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작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가 작업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부서에서 하루 내에 1차 회의를 열고 작업 상황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에서 보장된 ‘작업 중지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단이 필요한 위험 작업에 대한 판단은 직원 재량으로 할 수 있다.

다만 부당한 거부로 판단되면 작업이 즉시 재개되고, 판단이 곤란할 경우 노사가 참여하는 2차 위원회가 열린다. 공단 측은 “근로자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홍보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전용도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 어린이대공원, 공영주차장, 지하도 상가 등 24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내년 1月 시행 

지난 6월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 집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 집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공단 측이 작업 거부권을 보장하고 나선 배경은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에 따르면 사업주·법인·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거나 도급·용역·위탁한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돼 있다.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생기거나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한 해에 3명 이상 생길 경우 처벌은 더 무거워진다. 징역은 7년 이하, 벌금은 1억원 이하가 되고 만약 5년 이내에 같은 죄가 반복되면 받은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도 있다.

구의역 김군, 故 김용균 속했던 하청社 '아직'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 5주기인 지난 5월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김군을 추모하는 글이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 5주기인 지난 5월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김군을 추모하는 글이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작업 거부권을 도입한 건 서울시설공단이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다. 그러나 사업장 소속 직원만 대상일 뿐 하도급사 근로자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공단 측은 “제도를 보완, 개선해 (작업 거부권을) 하도급사 직원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의 피해자인 고 김용균 씨와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피해자인 김모 씨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작업거부권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현장실습 지원에 관한 조례’에 포함하기 위한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6일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생 고 홍정운 군이 요트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잠수 작업중 숨진 게 계기가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기 말까지 현장실습 중인 기업을 순회 지도하고, 취업지원센터 부당대우신고센터도 상시 운영할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