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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이방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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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KBS가 오는 11일부터 주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을 내놓는다. 2015년 ‘장영실’ 이후 6년 만에 부활한 주말 사극인 만큼 기대가 크다. KBS 주말 사극은 종종 대선과 맞물리면서 주목을 받곤 했다. 1997년 대선 때는 ‘용의 눈물’이 화제가 됐다. 국정 운영 주체를 놓고 벌인 이방원과 정도전의 갈등이 내각제냐 대통령중심제냐를 두고 샅바 싸움을 벌이던 당시 정치권을 연상하게 했다.

‘용의 눈물’이 조선 개국과 왕자의 난에 집중했다면 ‘태종 이방원’은 태종의 국정 운영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한다. 태종이 남긴 정치적 유산 중 하나는 공신 척결이다. 그는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조선 건국의 1등 공신 정도전을 쳤다. 왕위에 오르고 난 뒤엔 제2차 왕자의 난에서 자신을 도운 이숙번 등 측근 세력을 찍어냈다. 가족도 예외는 없었다. 가장 어려운 시절부터 든든한 후원 세력이던 처남 민무구·민무질 형제, 세종의 장인이자 자신의 사돈인 심온에게도 사약을 보냈다. 국정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여긴 인물에 대해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김회룡기자

김회룡기자

태종의 처사는 분명 가혹했다. 하지만 그는 안정된 국정 운영의 기반을 아들(세종)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 사적 의리 대신 공적 의리를 지킨 덕분이다.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을 쳐낸다는 건 지도자의 용기다. 벌써 대선 후보의 문고리 권력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이 끝나면 당선자에게는 여기저기서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그때 태종의 결단을 떠올려보기를 권한다. 또, 조국 사태가 이 정부에 어떤 짐을 안겼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