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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500동 중 36동만 남았던 경복궁, 복원 30년의 발자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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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에 경복궁의 사계절을 담은 타임랩스가 시연되고 있다. 전시는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열린다. [뉴스1]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에 경복궁의 사계절을 담은 타임랩스가 시연되고 있다. 전시는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열린다. [뉴스1]

지난 30년간의 경복궁 발굴·복원정비사업을 총망라한 특별전 ‘고궁연화’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일 개막해 내년 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고궁연화의 ‘연화’는 ‘빛나는 해’(年華)와 ‘봄의 경치’(煙花)라는 중의적 의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아직 진행 중인 경복궁 복원이 끝난 뒤 맞을 경복궁의 찬란한 시간, 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으로, 조선 고종 때 기록으로는 약 500여동의 건물이 있던 대형 궁궐이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다수 건물이 훼손돼, 1990년 조사에서는 36동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이후 2010년까지 1차 정비사업을 통해 89동 건물을 복원했고, 2011년부터 2045년까지 진행 중인 2차 정비사업을 통해 80동을 복원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복원 시작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왕과 왕비의 침전으로 쓰인 강녕전과 교태전, 음식을 만들던 소주방이 있던 터, 교태전 뒤쪽의 흥복전 등 그동안 보수·복원·발굴 작업을 한 네 곳에 사계절이 흐르는 모습을 역으로 비춰, 시간을 거슬러 복원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발굴 현장의 일지, 발굴 당시 사용했던 실측 도면과 복원도면 등 원본 자료 20여점도 소개된다.

‘고궁연화’ 전시에 나온, 경복궁 소주방터에서 발견된 그릇들. [뉴스1]

‘고궁연화’ 전시에 나온, 경복궁 소주방터에서 발견된 그릇들. [뉴스1]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1927년 잡지 ‘동광’에 실린 시 ‘고궁단영’의 싯구절을 인용해 각각  ‘바람이 문에를 처도’(1부), ‘진흙속에 묻혀눕은’(2부), ‘오백년 거륵한 공’(3부), ‘봄어름 처음녹고’(4부)라는 부제를 달았다. 시인 시목이 쓴 ‘고궁단영’은  ‘수수한 봄바람에 옛 궁전 찾아드니/광화문 간 곳 없고 돌집 하나 높아 있네’로 시작해 일제강점기 훼손된 경복궁의 모습을 노래한 시다.

1부부터 4부는 겨울-가을-여름-봄 순으로, 사계절을 역 구성해 벽과 바닥에 비춘 ‘미디어 파사드’로 계절감을 조성했다. 복원된 흥복전 내부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1부 ‘바람이 문에를 처도’는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정원으로 쓰인 겨울의 흥복전을 내다보는 식으로 연출했다. 2부 ‘진흙 속에 묻혀눕은’은 발굴조사단이 소주방 발굴터에서 발견한 도자기, 기와, 철제 생활용품 등 전시와  발굴일지와 유물조사 카드 소개로 구성했다.

3부 ‘오백년 거륵한 공’은 벽면에 폭 15m, 높이 4m의 대형 영상을 비춰 경복궁 복원 도면을 볼 수 있게 했다. 고궁박물관 측은 “경복궁 복원 건축 도면은 발굴·복원의 집합체”라며 “발굴성과, 고지도, 문헌자료, 실측도면 등이 총망라됐다”고 설명했다. 4부 ‘봄어름 처음녹고’는 2045년 경복궁 복원이 마무리 된 후 ‘봄의 경복궁’을 3면 벽에 대형 영상으로 구현했다. 19세기 말 경복궁 평면 배치도인 ‘북궐도형’을 복원 참가자들의 이름으로 그려낸 ‘디지털 상량문’도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광화문 인근 역사를 다룬 ‘광화문 600년 : 세 가지 이야기’ 중 두 번째 전시다. 앞서 경희궁 옆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전시를 진행했고, 오는 17일부터는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 광화문’ 전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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