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인플레에 기름 붓나…파월·무디스·피치 일제히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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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Feliz Navidad(메리 크리스마스)'란 문구가 나오는 전광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다. 변이 바이러스 공포에 세계 각국이 문을 잠그면서 공급망 대란이 심화해 세계 물가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9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출석에 앞서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노동시장을 둔화시키고 공급망 교란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며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 내년에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AP=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오미크론이 중국 등 생산기지와 다른 소비 국가와의 공급망을 악화시키고,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이 일터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화할 수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고, 향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의 소비 수요와 맞물리며 물가 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도 오미크론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드러냈다. 엘레나 두가 무디스 거시경제 담당 국장은 로이터 통신에 “오미크론 변이가 글로벌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위험을 가한다”며 “특히 공급망 정체가 심각한 시기에 새 변이가 등장하면서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시장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두가 국장은 “오미크론 변이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을 꺼리게 되면 국제 채권시장에 (자금 조달을) 의존하는 신흥국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도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심각성에 대해 알기 전까지 세계 경제 성장 전망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긴 어렵지만, 새 변이의 확산으로 물가가 더 오르게 되면 중앙은행 등의 거시 경제 대응책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럽에선 '독일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잠정 예상치)는 1년 전보다 5.2% 올랐다. 통일로 물가가 급등했던 1992년 6월(5.8%) 이후 29년여 만에 가장 높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22%)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게다가 다음 달 출범하는 사민당 주도의 독일 연립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만큼 독일 물가는 더 들썩일 수 있다. 로이터는 “독일 연정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9.6유로(약 1만2854원)에서 12유로로 25% 올릴 계획”이라며 “독일 차기 정부가 물가를 더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과 벨기에의 11월 CPI도 각각 5.6% 올랐다. 30일 발표될 11월 유로존 CPI도 4.4%로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FT는 “유로존의 물가 상승은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하려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