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지난 4월 13일 새벽 4시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상황실)에 걸려온 신고 전화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은 김현근(38) 소방장이 “여보세요”라고 불러도 전화기 너머에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수화기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만 났다.
말 없는 신고 전화에선 수화기 두드리는 소리만
장난 전화이거나 호주머니 안에서 잘못 걸린 전화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김 소방장은 그냥 끊기엔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여보세요” 등 말을 할 때마다 수화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고자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짐작한 김 소방장은 의문의 전화 상대와 대화를 시도했다.
“신고 전화가 맞으면 수화기를 한 번, 아니면 두 번 두드려 주세요.”
‘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편찮으세요?” 또다시 ‘탁’하고 수화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직감한 김 소방장은 급하게 발신지를 추적했다.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일단 구급대를 출동시켰다. 구체적인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이어 해당 전화번호로 접수된 과거 신고 기록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한 차례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당시 출동 장소가 집이 아닌 외부였다. 김 소방장은 당시 구급대가 작성한 구급일지를 뒤졌다. 다행히 일지에 신고자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김 소방장은 위치 추적 장소와 일지 속 주소의 위치를 파악한 뒤 구급대에 즉시 알렸다.
고령의 후두암 환자의 S0S
의문의 신고 전화를 한 사람은 고령의 후두암 환자 A씨였다.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사이에 통증이 찾아왔다. 하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목소리를 잃어 통화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소방장의 발 빠른 대처로 A씨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6일 소방청이 주관한 제2회 상황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김 소방장이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2012년 임용된 김 소방장은 3년째 재난종합지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러 신고 전화에 대응했지만, 무음의 전화는 그때 처음 받아봤다고 한다. 김 소방장은 “당시 걱정을 많이 했는데 A씨가 무사히 이송됐다는 말에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인명을 구조하는 일이다 보니 사소한 신호라도 놓치면 큰일이 생길 수 있다”며 “철저한 응대로 작은 도움 요청도 지나치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창래 재난종합지휘센터장은 “상황실 직원의 침착한 대응으로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 사례처럼 다양한 상황별 대처방법을 공유해 경기도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