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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조카에 아내·딸 잃은 피해자 "그때도 지금도 사과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찾아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찾아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4일 과거 살인사건을 일으킨 조카의 변호를 맡은 일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당시 사건 피해자의 가족은 사건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이 후보 일가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가슴을 쳤다. 이 후보가 해당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규정한 것에도 피해자 가족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건 피해자 가족 A씨는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고 했다. A씨는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A씨는 이 후보의 조카가 저지른 범죄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일가 중 1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사건은 2006년 그의 조카 김모씨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여자친구와 그 모친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된 뒤 해당 사건의 변론을 맡은 일이 다시 언급되자 사과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5월 7일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칼과 포장용 테이프를 들고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이별 의사를 굽히지 않자 김씨는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A씨 역시 김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1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후보는 김씨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일관되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듬해인 2007년 2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A씨는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며 "갑자기 TV에서 사과 비슷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과거 자신의 조카 김모씨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언급한 일에 대해 재차 사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과거 자신의 조카 김모씨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언급한 일에 대해 재차 사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 후보는 A씨의 인터뷰가 기사로 발행된 뒤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시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언급한 점에 대해 다시 사과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이제서야 뒤늦게 보았다"라며 "어떤 말로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라며 "흉악범죄로 인한 고통의 크기가 헤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시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라며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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