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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노린 ‘면접 노쇼’에 기업 골머리

중앙일보

입력

소비자가 예약한 식당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현상이 고용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면접 당일 말없이 불참하는 ‘면접 노쇼’는 물론, 최종 합격에도 출근하지 않는 ‘출근 노쇼’까지 합세해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판교 소재 IT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자 5명과 면접 일정을 잡았지만 실제로 면접이 성사된 경우는 한 번에 불과했다. A사 인사담당자는 “IT기업이라 개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면접 노쇼가 계속돼 허탈한 심정”이라며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당일에 잠수를 타는 경우도 많아 업무상 차질이 크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고용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채용 실시 기업 616개사 대상으로 ‘상반기 면접 노쇼 지원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83.9%가 ‘노쇼 지원자가 있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노쇼 지원자가 있었던 기업들의 상반기 전체 지원자 중 노쇼 비율이 평균 33%인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10월 취업준비자는 83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6.7%) 증가한 수치로, 취업준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을 위해 기관 및 학원에 다니는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난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면접 노쇼’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면접 노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취업의사는 없으나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경우다. 근로자가 실직 시 구직 활동 증빙용 이력서를 접수하고 면접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2년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박민우(29세, 가명) 씨는 두 달 전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현재 자격증 공부를 하며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 그는 “실업급여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잘 알지 못하는 기업에 이력서를 접수하고 면접에 안 간 적이 두 차례 있다”며 “자격증을 취득할 때까지 취업을 조금 미룰 계획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실업급여를 노린 얌체 구직자로 인해 ‘면접 노쇼’가 사회현상이 된 요즘, ‘면접 노쇼’와 관련해 최근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뉴스 키워드를 분석해 봤다. 빅데이터 기업 TDI의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3개월(8~10월) 간 뉴스 기사에서 ‘면접 노쇼’ 관련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무엇인지 분석해 연관 키워드 TOP5를 추출했다. 순서대로 ‘고용, 최저임금, 부담, 실업, 급여’가 연관 키워드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고용보험료와 건강보험료 인상안을 발표했다. 더욱이 내년에는 최저임금도 인상되어 코로나19 악재로 타격을 입은 중견중〮소기업, 자영업자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노린 ‘면접 노쇼’는 중견중〮소기업,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부 정책 상황 및 ‘면접 노쇼’ 현상으로 인한 고용주들의 이중고를 연관 키워드 결과에서 읽을 수 있다.

이제는 개인의 문제 행동으로 넘어갈 수 없을 만큼 보편화된 ‘면접 노쇼’. 노쇼 지원자로 인해 고용주 측이 겪는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전 양해 없이 면접에 오지 않는 지원자들로 인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 업무 진행 차질로 인한 손실, 다른 지원자의 면접 기회 박탈, 잦은 노쇼로 인한 피로 누적 등 상당하다.

‘면접 노쇼’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직자 스스로 노쇼가 심각한 비매너 행동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과 지속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해서 막무가내 식으로 연락을 하지 않는 것보다 상대방과의 약속 차원에서 참석이 어렵다면 사전에 알리는 것이 매너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실업급여 정책이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직 활동 장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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