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실재감테크’, ‘하이브리드워크’…서점서 본 내년 트렌드

중앙일보

입력 2021.11.25 15:00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76)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갈 일이 있어 교보문고에 들렀다. 특별한 용무가 없어도 이곳에서는 한 두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기획전 코너에 가서 소개한 책을 들추고, 베스트셀러 동향도 들여다보고, 화제의 신간과 라이프스타일 관련 잡지와 단행본을 읽다 보면 머릿속이 정리되고 마음에도 기운이 차기 시작한다. 문구 코너도 빠뜨릴 수 없다. 필요했던 펜이나 노트 등을 챙기면서, 다른 펜을 들어 선도 그어 보고 노트도 펼쳐 디자인을 비교한다. 나에게는 놀이터 같은 곳이다.

이맘때쯤 가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다음 해를 한 달여 앞둔 지금은 전 매장이 내년을 기대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매대에 전시된 다양한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열어 보며 마음에 꼭 드는 나만의 다이어리를 찾기 위해 열중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의 탁상 달력도 하나 고른다. 다가오는 내년은 올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많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2022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놓여있는 서가도 북적인다. 코로나 2년을 겪고 ‘위드(WITH)코로나’의 시간에 본격 진입하는 내년, 바뀐 일상과 관계들이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 뻗어 나갈지 자신의 짐작과 전문가의 의견을 비교해 본다.

어느새 다음 해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때가 됐다. ‘내년에는!’이란 결심을 하며 흔히 말하는 결심 상품을 찾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나 역시 다이어리 한 권을 챙겼다. [사진 Luba Ertelon on unsplash]

어느새 다음 해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때가 됐다. ‘내년에는!’이란 결심을 하며 흔히 말하는 결심 상품을 찾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나 역시 다이어리 한 권을 챙겼다. [사진 Luba Ertelon on unsplash]

어느새 나도 그 틈에 끼어 책을 펼쳤다. 제일 먼저 잡은 책은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대학내일20대연구소 지음/위즈덤하우스). 이미 나와는 다른 ‘그들’로 나누어져 버린 이 세대가 내년에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했다. 목차를 열어보고 가장 끄덕였던 부분은 ‘무기한 무경계’였다. 시간과 플랫폼의 경계가 없는 Z세대의 콘텐츠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이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김영철의 ‘사딸라’처럼 흥미를 가진 콘텐츠라면 시기와 내용 상관없이 다시 가져다 즐긴다. 밴드뮤직의 오디션 방송을 본 이후 80년대 록을 찾아 듣는 우리 딸만 봐도 알 수 있다. 소위 ‘끌올(끌어올리다)’세대라고 불리는 이 세대는 일단 꽂히면 그것이 언제 만들어진 콘텐츠인지 상관없이 즐기고 공유한다.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화되고, 플랫폼에서 검색만 하면 접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니 이 트렌드는 내년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난도 교수를 중심으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코리아 2022’(미래의 창)도 펼쳐봤다. 새해가 시작되면 이 책이 제시하는 키워드를 누구나 한두 개씩 읊고 하는데, 올해 역시 기발한 네이밍의 트렌드들을 제시했다. 그 중 ‘실재감테크’는 지금 일하고 있는 기관에서도 다양한 교육 자료로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를 다루는 내용이었다(메타버스는 비단 이 책뿐 아니라 트렌드를 정리한 대부분의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 실재감테크란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고, 인간의 존재감과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기술을 이르는 말이라고 책은 정리한다. 동시에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빠르게 현실을 보조하고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된 온라인 화상회의 줌 시스템보다 실재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된 게더타운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다. 앞으로는 이처럼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같은 공간에 모여 공부하고 일하고 즐기는 가상세계가 더 많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11월이 되면 서점에는 다음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출간된다. 올해와 다른 내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음 해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사진 각 출판사]

매년 11월이 되면 서점에는 다음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출간된다. 올해와 다른 내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음 해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사진 각 출판사]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컨설턴트가 펴낸 ‘라이프트렌드 2022’(부키)는 내년의 트렌드로 ‘Better Normal Life’를 강조한다. 팬데믹을 경험하며 이미 생활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앞으로의 시간은 단지 ‘New Normal Life’에 적응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바뀐 현재를 기반으로 더 나은 일상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2022년은 모두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움직일 것이라 예측한다. 출퇴근과 원격, 재택근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가 대세가 되고, 집의 개념도 편안한 휴식처에 홈 오피스, 학교, 극장 등 여러 기능적 속성이 결합된 공간으로 확장된다. 의식주 전반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이 결합하는 본격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과 즐거움을 찾게 되는 새해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을 찾는 주체는 현재의 우리들이다. 이게 중요하다. 현실은 변하지만, 그 변화를 끌고 가는 건 지금의 우리라는 게 말이다. 책을 덮으며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 속도와 상황에 맞춰 끌어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2022년 임인(壬寅)년은 흑호, 즉 검은 호랑이의 해다. 검은 호랑이는 도전적, 진취적, 자신감을 가진 기운의 동물이라고 한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자신을 믿고 한 발짝 디뎌 보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서 보낸 한 시간 동안 내년의 계획을 세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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