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땐 제가 모셨으면… ”/이회택부자 꿈같은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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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생일상엔 미역국대신 김국 올라/축구도 함께보며 뜨거운 정 나눠
10일 평양에서 40년만에 극적으로 아버지를 만난 이회택축구감독은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아버지와 하룻밤을 지낸뒤 11일 아버지가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이날 오후에는 부자가 나란히 남북한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등 40년동안 못다푼 뜨거운 정을 나눴다.
○…11일로 마침 45회 생일을 맞은 이감독은 아버지가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또 한차례 오열.
이감독은 『아버지가 자식생일을 차려준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상에 놓인 곡주를 아버지의 잔에 가득 채우고는 『아버지 생신때는 저와 제 아내가 생신상을 차려드렸으면 좋겠습니다』고 울먹였다.
이날 생일상에는 미역국대신 북의 관습대로 닭삶은 물에 튀긴 김을 넣은 김국이 나왔고 2개의 생일케이크도 준비.
이감독은 아버지와 삼촌에게 이날 갖고온 한복 한벌씩을 선물했고 북쪽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해달라며 속옷 10벌도 함께 선물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선 양복과 운동복ㆍ대우전자제품을 이감독 부친과 삼촌에게 선물했다.
이날 이감독의 생일상은 아버지 용진씨가 오늘이 아들의 생일이라고 해 고려호텔 서지신봉사과장(48ㆍ여)이 식당종업원을 총동원해 차린 것.
○…황해북도 신계군에 살고 있는 이감독의 아버지 이용진씨와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삼촌 이용복씨는 이감독이 평양에 도착한 9일밤 숙소인 고려호텔에 와있었으나 남북실무자들의 이견으로 만남이 하루 늦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오후8시57분부터 이루어진 만남은 5분간 공개된 후 기자들을 다 내보내고 남북한 관계자 한명씩만 배석시킨 뒤 계속됐다.
이어 30여분뒤 부자만 남아 다시 기자들에게 공개됐고 기자회견으로 이어졌으며 기자회견 15분만에 부자는 다시 문을 닫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기자회견중 아버지 이용진씨와 삼촌 이용복씨는 말의 앞부분에 「친애하는 김일성수령의 배려로」 등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해 이감독은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는 날까지라도 함께 먹고 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감독 부자 및 삼촌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이감독에게) 아버지를 분단이후 처음 만난 소감은.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ㆍ삼촌과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할말이 없다.
현재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이 남북한 합쳐 1천만명이나 되는데 이를 계기로 나혼자만이 아닌 천만이산가족이 이렇게 만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버지와는 어떻게 헤어졌는가.
『당시 네살인 나로서는 분명치 않으나 6ㆍ25동란이 우리를 갈라놓게 된것이다.
서로 이념이 다르고 사상이 달라 아버지와 나는 남과 북으로 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우선 40년만에 아들을 만난 소감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수령과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분단이후 처음으로 아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기쁘기 그지없다.
고마운 은공에 대해 이루말할 수 없는 감격을 느끼고 있으며 40년만에 내아들 회택이를 만나고 보니 꿈만 같다.』<평양=전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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