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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리얼돌 수입 불가…성인식 왜곡 우려" 대법 첫 판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미성년자의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의 수입보류 조치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5일 수입업자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기 위해 이를 신고했지만, 세관당국으로부터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받았다. 관세법 234조 1호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2심 “사람과 구분 힘들 정도로 흡사하지 않아”…A씨 청구 인용

1심과 2심은 A씨가 수입하려 한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심도 “이 사건 물품이 이전 제품보다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그 형상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문제는 A씨가 수입신고한 리얼돌이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리얼돌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한 것으로, 머리 부분의 분리가 가능하고 크기는 약 150㎝, 무게는 17.4㎏이었다. 얼굴 부분은 앳돼 미성년 여성의 인상을 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국내로 들여오려는 리얼돌이 남성용 자위기구일 뿐 성기나 항문 형태 등이 세세히 표현돼있지 않아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이 같은 남성용 자위기구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이미 나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성인식 왜곡 및 잠재적인 아동 성범죄 위험 증대 우려”

대법원은 그러나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품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해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미성년자 리얼돌에 관해 내린 첫 판단에서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면서, 향후 여성가족부 및 관세당국의 관련 조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성년자 리얼돌의 경우 여성가족부가 아동·청소년의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의 제작·판매·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회에선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몇 차례 발의된 바 있다.

한편 성인 리얼돌과 관련해 대법은 지난 2019년 6월 한 수입업자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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