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작은 팀들이 베를린필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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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베를린필의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 왼쪽부터 헬레나 마도카 베르그, 알렉산더 크리헬, 도리안 쏙씨, 박경민, 크리스토프 히쉬. [사진 이건]

베를린필의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 왼쪽부터 헬레나 마도카 베르그, 알렉산더 크리헬, 도리안 쏙씨, 박경민, 크리스토프 히쉬. [사진 이건]

세계적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체 단원은 110여 명이다. 바이올린·첼로와 같은 현악기, 플루트·오보에·호른 등의 관악기와 타악기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다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만 하지는 않는다. 현악기 연주자 넷의 4중주 팀, 관악기 주자 5명의 팀처럼 ‘유닛’으로 연주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베를린필의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유닛, 즉 실내악 팀은 현재 몇 개일까.

답은 33개다. 베를린필이 홈페이지에 ‘실내악 그룹’으로 공식 소개하는 팀 숫자다. 여느 오케스트라보다 많고, 유럽의 명문 악단과 비교해도 많다.

2018년 베를린필에 수습으로 입단해 이듬해 최초로 한국인 정식 단원이 된 박경민(31·비올라)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베를린필의 활동 중 20%는 실내악”이라며 “모두가 오케스트라만큼이나 실내악 연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고 소개했다.

박경민은 2018년 다른 단원들과 함께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을 결성했다.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 단원 도리안 쏙씨(Xhoxhi·37), 헬레나 마도카 베르그(37), 첼리스트 크리스토프 히쉬(26)와 함께 하는 현악4중주 팀이다. 쏙씨는 “작은 팀들이 명문 오케스트라를 만든다고 본다”며 “그만큼 거의 모든 단원이 앙상블 활동을 하고 있고, 단원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어 합주 규모가 커져도 결속력이 단단하다”고 말했다.

쏙씨는 아르메니아 태생으로 2010년에 베를린필 멤버가 됐다. 그는 “우리 4중주팀의 멤버들도 다른 실내악팀에 중복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베를린 바로크 솔로이스츠, 현악8중주단, 12인의 첼리스트, 현악5중주 등이다”라고 했다.

베를린필은 팀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박경민은 “멤버들이 실내악단을 결성하면, 오케스트라와 활동 시간이 겹칠 경우 양해를 얻어 실내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쏙씨는 “4중주로 연습하고 공연하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오케스트라 연주와 방식이 달라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오케스트라 연주 시간의 3분의 1 정도를 4중주단 연주에 쓴다”고 했다.

33개의 팀 중 오래되고 대표적인 곳은 12인의 첼리스트다. 베를린필 첼리스트 12명이 1972년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후, 재즈·탱고 같은 장르를 뛰어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현대의 작곡가들은 이들을 위한 작품도 여럿 썼다.

박경민과 쏙씨의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은 베를린필에서 신생, 최연소 팀이다. 쏙씨는 “모든 팀마다 고유의 소리와 정체성이 있다”고 했고, 박경민은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연주하고, 연습 시간도 더 긴 점이 우리 팀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하이든·모차르트에서 20세기 하르트만·슐호프까지 다양하게 연주했고, 최근엔 이스라엘 보리스 피고바트(68)의 현악4중주 2번을 세계 초연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이 한동안 불가능했던 점도 베를린필의 ‘유닛’ 활동을 늘렸다고 한다. 작은 규모의 실내악 공연이 집중 기획돼 온라인 페스티벌로 스트리밍 중계됐다. 쏙씨는 “팬데믹 기간에 실내악팀이 새롭게 구성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은 최근 이건음악회에서 독일의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크리헬과 함께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작품번호 81을 녹화했고, 이 영상은 다음 달 4일 오후 8시부터 7일 동안 이건음악회 유튜브, 토마토TV 등에서 상영된다. 내년 4월엔 독일 바덴바덴 축제에서, 5월엔 베를린필의 실내악홀 무대에서 연주한다. 박경민은 “한국에서도 라이브로 공연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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