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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두환에 조화…45년 악연 매듭지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24일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오후 2시쯤 구치소 관계자를 통해 조화를 보내달라고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조화는 ‘박근혜’ 이름 석 자만 적힌 채 이날 오후 도착했다. 정치권에선 “사연 많은 두 사람의 인연이 종착역에 도착했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일가와 전 전 대통령의 인연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5·16 직후 전 전 대통령은 육사 생도들의 지지 선언을 주도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실 민원비서관, 중앙정보부 인사과장 등 요직을 거친 뒤 1976년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됐다.

악연으로 바뀐 건 1979년 10·26 사태 이후다. 그해 12·12 쿠데타와다음해 5·17 내란 등을 거쳐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은 대대적으로 ‘박정희 지우기’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6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공개적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년 동안의 은둔 이후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2004년 8월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방문하면서 25년 만에 둘은 다시 만났다. 2013년 대통령이 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의지를 내비친 적도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앞서 이날 오전엔 ‘대통령 박근혜’라 적힌 가짜 조화가 배달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전 9시16분에 배달된 가짜 조화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화 옆에 놓여 있다가 유 변호사의 요청으로 치워졌다.

이날 일부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았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원로들의 모습이 보였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선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주호영 의원이 조문을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고민 끝에 “조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빈소 주변에선 여러 차례 소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공화당 지지자로 구성된 단체 조문객이 한꺼번에 100명 넘게 몰리면서 북적였고,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캐릭터의 탈을 쓴 조문객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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