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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대출, 희망대출, 관광융자…업계는 “빚에 빚만 더 얹어”

중앙일보

입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10조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책이 저금리 대출이나 기존 대출 대상 확대라는 금융 지원에 머물면서 현장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숙박업·공간대여업·실외체육시설 등 업주들은 “빚에 빚만 더 얹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9조4000억원, 비대상 업종 지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총 12조7000억원 규모의 민생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9조4000억원의 재원이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 등에 대한 지원이다. 손실보상 비대상은 코로나19로 인원제한과 같은 사실상 영업 피해를 입었지만, 영업금지나 영업시간 제한에는 해당하지 않아 손실보상을 받지 못한 업종이다.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이 같은 비대상 업종에 대해 1.0% 금리로 2000만원 한도 내에서 특별대출을 지원한다. 일상회복 특별융자라는 이름으로 총 2조원을 투입해 약 10만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에는 6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지원 대상의 범위를 넓혀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을 포함한다. 여행·숙박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융자는 금리를 최대 1%포인트 낮춘다. 저신용 특별피해업종 대출의 경우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세금·공과금 지원엔 3000억원

세금·공과금과 같은 비용 지원을 통해 우회적인 현금성 지원도 이뤄진다. 시설 이용이 제한됐던 업종 중 매출이 감소한 14만개 업체에 2개월간 전기료를 50%, 산재보험료를 30% 지원해주기로 했다. 5만명을 대상으로는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납부기한을 내년 5월까지로 3개월 추가 연장한다. 여기에는 약 3000억원이 들어간다. 대부분이 대출 지원에 집중돼있다는 뜻이다.

이날 홍 부총리의 발표 이후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숙박·공간대여·실외체육시설 업주 등은 “급하니 대출이라도 받아야겠지만, 갚을 돈만 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대출받은 돈만 1억원인데 그조차도 한 푼도 갚지 못 하고 있다”며 “위드코로나라고 하지만 숙박업은 아직도 매출 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데 추가 대출을 받으면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빚쟁이 만들려고 그러나”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손실보상법 제외 업종 피해보상 촉구 합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손실보상법 제외 업종 피해보상 촉구 합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숙박업소를 하는 김모(48)씨도 “호텔이나 모텔 업자들은 대부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빚이 있다. 10억원 넘는 빚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추가 대출을 받으니 신용도가 조정되면서 기존 대출 금리가 올랐다”며 “대출받기도 두렵다”고 토로했다.

파티룸을 운영하는 조지현 전국공간대여협회 회장도 “공간대여업의 경우 모임 인원이 제한되면서 수개월간 매출이 0원이었다. 행정명령으로 인한 피해 보상이란 취지를 고려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손실보상 대상과 제외 업종을 나누면서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홍 부총리의 발표 내용과 관련한 게시글과 댓글이 쏟아졌다. 한 댓글 작성자는 “돈 빌려주고 빚쟁이로 만들 생각인 것 같다”고 썼다.

23일 소상공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손실보상 제외 업종 금융지원 기사에 달린 댓글. [네어버카페 캡처]

23일 소상공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손실보상 제외 업종 금융지원 기사에 달린 댓글. [네어버카페 캡처]

다만 정부는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 업종 외에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업이 제한되지 않은 만큼 피해 정도를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손실보상은 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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