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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오셨습니까" 90도 인사…여전한 경기도 조폭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형님 오셨습니까.”

지난 2019년 7월 경기도 안양시의 한 건물. ‘은갈치 양복’을 입은 남성 2명이 등장하자 출입문을 지키던 20여 명의 남성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안양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타이거파’ 조직원들이 한 간부의 어머니 칠순 잔치에 손님으로 온 ‘형님’들을 마중하는 모습이다.

경기 안양 타이거파 조직원들이 한 조직원의 모친 칠순 잔치에 참여한 간부들을 배웅하며 90도로 인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경기 안양 타이거파 조직원들이 한 조직원의 모친 칠순 잔치에 참여한 간부들을 배웅하며 90도로 인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타이거파는 경찰에 몇 차례 일망타진되면서 세력이 약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원들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다시 세력을 불렸다.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영입한 신규 조직원만 24명이다. 이들은 후배 조직원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며 4차례에 걸쳐 이른바 ‘줄 빳따’ 등 가혹 행위를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보도방 업주를 집합시킨 뒤 2차례에 걸쳐 주먹을 휘둘렀다. 채무자를 감금해 2500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타이거파 조직원 36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붙잡아 8명을 구속했다.

경기 남부 7개 폭력조직원 92명 적발…16명 구속

경기 남부지역을 주름잡던 폭력조직 7개 파의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양수진 대장)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동 감금, 특수 협박·상해·폭행 등 혐의로 수원·안양·성남지역 폭력조직 7개 파의 조직원 78명과 추종 세력 14명 등 9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6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연행되는 경기지역 폭력 조직원들.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에 연행되는 경기지역 폭력 조직원들. 경기남부경찰청

수원 북문파 조직원인 A씨 등은 동료 조직원 8명과 지난해 9월 B씨를 심하게 때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지인인 B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폭 별거 아니네”라는 비하 글을 썼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A씨는 올해 1월에도 유흥주점 종업원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도 받고 있다.

성남 ‘관광파’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은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성매매업소와 인터넷도박 사이트 등을 운영하며 9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1년 6개월간 폭력조직 집중 수사

경찰은 지난해부터 수원, 안양의 폭력조직들에 대한 범죄 첩보를 입수한 뒤 성남 등 다른 지역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 1년 6개월가량 수사를 벌여 A씨 등을 적발했다.

성남 관광파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이 운영한 성매매업소, 인터넷도박장 등 불법사업 범죄수익금 8억4619만원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법원의 몰수 확정판결 전 경찰 수사단계에서 범죄수익을 동결하는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들이 불법 사업으로 얻은 범죄수익금을 최대한 추적해 환수할 예정”이라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은데 경찰은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다양한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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